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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기침하기도 눈치스러운 세상

by 데레사^^ 2021. 8. 21.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렸다.

            아침에  우산없이  걸으러 나갔다가  비를 맞고 들어왔다.

            감기걸릴가봐  얼른  뜨거운 모과차를  마시고  종일을  누워서 게겼다.

            그런데도  기침이  약간 난다.

            요즘은  밖에 나가서는  기침하기도  눈치보이는 세상인데,   기침을 하면

            코로나에  감염되지나 않았나 하는 걱정도 되고,  그래서  얼른  감기약을

            먹고  선풍기도 꺼 버렸다.

 

            젊은날에는  감기가 걸려야 기침을  했는데  나이 들어가니  기침이  나오는

            이유가 다양해졌다.  매운것을  먹을때만  기침이 나오는게  아니고  매운것은

            보기만 해도 기침이 나오고,  공기가 탁해도 기침이 나오고  약간의  찬바람만

            불어도 기침이 난다.

            병원에서  폐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폐활량 검사를  해봐도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서랍속에  약이 한 가득이다.

            요즘 자주 마시는 약이 판피린,  전에는 감기가 걸리거나  기침이 나면 쉽게 병원을

            갈 수 있었지만  요즘  호흡기 환자는  코로나검사부터 해야되니까  성가시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전에는  안 마시던  판피린을 마셔 버린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비둘기 세 마리,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비둘기가

             앉은 나무밑  길에는  비둘기 배설물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곳을  비둘기 화장실이라고 부르며  웃는다.

             비둘기들도  정해진 곳에서만  응가를  하는지  꼭  이 지점에  배설물이 떨어져

             있다.    때로는  걷고 있는  내 머리위에 떨어질 때도 있어서  기겁을  하곤 한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인데,  응가하는 모습은  싫다.  ㅎㅎ

 

 

           한참을  쳐다봐도  날아 갈  생각을  않는다.

           응가를  얼마나 많이 할려고  안  날아갈까?

 

 

           판피린을 먹은 덕분일까?  기침이 좀 잦아지기는 하네.

           그런데  이 판피린이  분명  감기약인데  이걸  아침마다  한 병씩  마셔야

           거동이 가능하다는  이웃들이  꽤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우리 엄마도  매일

           판피린을  마셨지만 96세까지 사셨어" 다.

           나는  아직  그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잘못하면 저 이웃들  따라 갈런지도 몰라.

 

           시어머니  약 많이 먹는다고 흉봤는데  내가  그 나이가 되고보니  시어머니 보다도

           약을  더 많이 먹는다고도  하고,  약으로 산다고도 하고,  과용인지  남용인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살아가는  팔십대의 내 이웃들의  모습이  결국은  내 모습이겠지.

 

           비는  종일을  내린다.

           그러나  이 비는 더위를  그치게  해 줄  비라서  싫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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