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나는걸 좋아하고 나돌아 다니는걸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책 읽기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더우기 뭐든 배우는걸 좋아했다.
여행도 많이 했다. 나라 안도 나라 밖도 남만큼 다니며 즐겼다.
말이 통하는 나라는 자유여행으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는 여행사
단체여행으로.... 그러나 이 모든것이 코로나로 인해서 허물어져 버렸다.
마스크를 쓰고도 사람 만나는게 무서워서 되도록 사람이 적은곳으로만
다니고, 다니던 문화센터는 문을 닫았기에 몇가지 배우던 외국어들도
스톱하고 여행은 집 가까운곳을 당일치기로 몇곳 갔을뿐 해외는 나갈수도
없으니 꿈조차 안 꾸며 살고 있는지가 어언 1년 반이 되었다.
1주일에 한번씩 집에와서 청소를 해주던 도우미 아줌마도 못 오게했고
병원과 시장만 다니며 집 근처를 하루에 한,두시간씩 걸으며 친한 이웃들과
수다 좀 떠는게 내 생활반경이다.
코로나로 실업자가 된 아들에게 부엌조차 빼앗겨 버린 나, 시간이 남아 도는데도
책도 읽기가 싫다.
유투브로 트롯맨들의 노래 듣는것, 한번씩 전화로 친한 사람들에게 안부 물어보는것,
그리고는 딩굴딩굴 집콕의 나의 일상이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그래도 백신을 두 번 다 맞고나니 마음으로나마 숨통이 좀 트인다.
성당미사도 참석하고 네 명 까지는 어울릴 수 있으니 함께 외식도
몇번가고 드라이브도 나갔다.
마스크를 1,500원씩 주고도 두 장 밖에 살 수 없었던 때, 그 두 장의 마스크를
사기 위해 벌벌떨며 줄서던 일, 하루에 손을 열두번도 더 씻어서 손이 아프기까지
했던 코로나 초기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두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겪은 변화, 우리집에 일어 난 변화가 모든 사람들이 다 겪는 일이겠지만
젊은 아들이 실업자가 된건 참을수가 없다.
얼마나 심심하면 부엌차지를 다 할까?
한번씩 등산가고 주식도 조금 해보는 눈치인데 벌었는지 잃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스트레스 쌓일가봐.
나이들어서 제일 괴로운건 잠들기가 어려운거다.
지금도 잠이 안 와서 이 짓을 한다.
햇볕도 얼굴이 탈 정도로 쬐고 수면에 좋다는 상추도 많이 먹고
낮잠도 안 자고.... 좋다하는 별짓을 다 해봐도 잠이 안 온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 오면 자고 안 오면 놀고가 마음도 몸도 편하다.
그렇다고 옛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글쎄요다.
우리들 젊은시절은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그 어렵던 시절로 돌아가는건 싫다.
내게 얼마만큼의 세월이 남았을런지는 모르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옛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제는 나라밖 말고 내 나라를 땅끝에서 부터 통일전망대 까지
두루 돌아 보고 싶다.
80년을 더 살았지만 가 본곳 보다는 안 가본곳이 더 많은 내 나라,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그 때를 기다려 본다.
그날이 머지않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