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 내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셔요.
어릴때 부르던 동요다.
우리들 어릴때는 설이되면 때때옷과 새 신발을 신고 이웃 어른들께 세배
드리러 다니고, 오후가 되면 마당에서 추운줄도 모르고 널뛰기도 하고
남자 아이들은 제기차기, 팽이돌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진 풍경이다.
설날이라고 해도 오 갈 사람도 없지만 차례를 지내야 하기에 전을 몇가지 부쳤다.
큰 딸이 같은 동네에 살지만 세 식구라 우리집에 같이 오면 5인이 되니까
한꺼번에 올 수도 없다.
차례지낼때는 딸과 사위만 오고, 딸과 사위가 돌아 간 후 손녀가 세배를 오기로 했다.
코로나 덕에 참 희안한 일도 겪으며 산다.
소문이 사납다. 어떤 집은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 온 사람이 다섯명이 모인걸
신고했다 하고 어떤 집은 아파트 경비가 자기집에 사람들이 온걸 신고했다하고
인터넷에서 보면 며느리들이 다섯명이 넘으니까 못 가겠다고 하는데도 시 부모들이
기어히 오라 한다고 서로 바꿔서 신고하기로 했다 하기도 하고, 왜 이런 소문들이
나도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각박하고 흉흉할수록 어릴적 설 풍습이 자꾸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는 우리들 옷 물들이느라고 손이 얼룩덜룩 했었지, 노랑색은 치자물로 들이고
갈색은 감물로 들이고, 섣달이 접어들면 옷 감에 물들여서 새 옷 지으시고
설날 음식준비로 술 담그고 콩나물 기르고 참기름 짜고....
지금이야 며칠 시장만 들락날락하면 다 되는건데도 나는 왜 이리 힘드는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전 몇가지, 나물, 탕국, 생선찌기나 집에서 만들지
떡, 약과 같은건 다 사왔는데도 종일 허리야 팔이야 하면서 일을 했다.
나물들을 그릇에 담아 놓고
명절 음식이라는게 해 놓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사실은 손이 많이 간다.
콩나물 다듬는것만 해도 한 시간이 더 걸린다.
경상도에서는 생선을 간 해서 말려서 찐다. 생선도 많이 사봤자 먹을 사람도
없어서 겨우 흉내만 낸다.
탕국 끓이고 차례상에는 올리지 않지만 엘에이 갈비도 쟀다.
딸네 식구하고도 밥 한끼 함께 못 하는 설날이지만 그래도 몇가지 음식을
만들어 놓고 나니 마음은 뿌듯하다.
아들과 딸이 봉투를 내 놓는다.
일년에 네번, 설과 추석, 어버이날과 내 생일이 내가 아이들에게서 수금(?) 하는 날이다.
고맙다고 받아도 내일이면 여기에 더 보태서 세뱃돈으로 나걸거지만 기분이 좋다.
별것도 아닌 음식 몇가지 해놓고 허리야 다리야 하면서 누울자리만 찾는 나,
지금부터 쉬어야 겠다.
이웃님들
설날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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