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잔인한 4월이 아니길 비는 마음으로 이 아침을 맞는다.
2월, 3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집콕만 했으니
분명 바쁘지는 않았는데도 전전긍긍하면서 보내다 보니
아무것도 기억에 남질 않고 정신이 멍하기만 하다.
TS 엘리엇은 4월은 죽은땅에서 라일락을 피운다고 잔인한 달이라
했는데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와 싸우느라 잔인한 4월을 맞는다.
계절은 어김없이 철에 맞는 꽃들을 피워내고 있는데
코로나19 는 언제쯤이면 우리하고 이별의 노래를 부를런지 모르겠다.
목련은 이미 져 버리고 벚꽃도 만개했으니 곧 꽃비를
내릴것 같고 드문드문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아파트 마당을 둘러보니 박태기꽃도 피고 있고 명자꽃도
피고 있고 철쭉도 피고 있고 그야말로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자카르타의 후배도, 방콕의 딸도, LA의 손주녀석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우리나라가 안전한것 같기는 하지만
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아무도 예측
할수가 없으니 가슴만 답답하다.
프랑스에 사돈댁이 살고 있다.
문밖을 나가도 허가증이 있어야 되고 노사부인을 모신 요양원에서는
어제 일곱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가뵙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분들의 조카는 확진자가 되었다 하고.
시어머님을 요양병원에 모셔놓고 면회도 못가는건 그곳이나 여기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살다 살다 정말 별 세상도 다 본다.
한번도 경험 해 보지 못한 세상이 이런 세상이라면 싫다.
얼마전에 이번 주말에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았는데 어제 다시 연락이 왔다.
어쩔수 없이 가족끼리만 식을 하기로 했으니 오시지 말라고.
그리고는 계좌번호를 적어놓았다. 부조하실분은 해달라고.
아, 이런 세상을 살아야 하다니 기가 찬다.
명자꽃은 이렇게 예쁘게 피었는데....
부디 잔인한 4월이 안되기를 빌어 본다.
4월이여 예쁘게 머물다가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