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먹어 본 음식을 먹고싶어 한다.
곰발바닥 요리나 거위간 요리가 아무리 비싼 음식이라고 해도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모르니 절대로 먹고싶은 생각이 안난다.
오늘도 몇몇 이웃과 어울려서 고기리에 있는 털레기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함께 간 세 사람 모두 시골출신이라 질리도록
수제비와 보리밥을 먹고 자랐는데, 그게 먹고 싶어서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이나 달려 용인 수지의 고기리로 갔던 것이다.
셋이서, 묵무침과 보리밥 한그릇, 털레기수제비 2인분을 시켰다.
이 집 묵이 맛있는게 야채가 많이 들고, 물론 묵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덜 짜고 덜 맵다.
이 집의 자랑인 털레기 수제비다.
언젠가 왜 털레기냐고 물었드니 털털 털어서 끓인다고
털레기라고 한다고 했다. 수제비에 유난히 새우와 멸치가
많이 들어가고 감자와 호박, 배추시레기까지 들었다.
간은 된장으로 한듯, 된장맛이 난다.
그릇에 덜어낸것이다. 연한 배추가 많이 들었다.
어릴적 매일 끓여주는 수제비가 먹기 싫어서 어느날 엄마몰래
마루틈새로 하나씩 하나씩 버려 버린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후 엄마가 마루밑을 빗자루질 하다가 말라버린 수제비를
쓸어내놓고는 “먹기 싫으면 나를 주지, 왜 버렸니?” “엄마는 먹고싶어도
너 주느라고 안 먹었는데” 하면서 회초리로 때려놓고는 목놓아 우시던
모습이 수제비 그릇에 어른거린다.
난, 정말 나쁜 딸이었구나….. 만약에 엄마가 살아 오신다면 내가 돈을주고
수제비를 사먹으러 다닌다고 하면 회초리 아닌 몽둥이로 때리실것 같다.
처음 털레기 수제비를 파는 주막보리밥집이 대야미의 갈치저수지옆에만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분점이 생겨서 안양 비산동에도 있고
여기 고기리에도 있다.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음식점 마당 배롱나무에 매달린 시(詩)
버선발로 반기던 어머니란 구절에 마음이 꽂힌다.
나이들면, 아니 할머니가 되면 엄마생각이 안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음식점 건너쪽에 있는 카페다. 털레기집 영수증을 보여주면
반값이라 해서 들어갔다.
도자기도 팔고 있는데 도자기에는 눈길도 안 주고 커피라떼를
시켜놓고 우리는 수다삼매경으로 들어갔다.
커피라떼가 2,500원이니 반값이 맞다. 내 입에는 달지않아서 딱이다.
오늘은 많이 먹었으니 돌아가서 운동을 더 많이 하자.
집에 가면 양치만 하고 나와야지 누웠다하면 못 일어나니까
바로 헬스장으로 가자.
어릴적 그렇게도 질리던 수제비가 왜 이리 맛있니?….. 등등
우리들의 수다는 주로 어릴적의 음식과 운동에 관한것이다.
왜냐하면 헬스를 같이 하는 이웃들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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