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피었다.
찔레꽃을 보면 고향사람을 만난듯 반갑다.
찔레꽃에는 내 어릴적 추억이 묻어있기 때문이리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먹을거리가 없었던 우리는 찔레순을 꺾어서
먹었다. 그 달콤하던 맛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거였지….
가만히 흘러간 노래를 불러본다. 울 언니가 즐겨부르던 노래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물고 눈물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그리운 사람아……
장사익이 부른 현대적인 감성의 찔레꽃도 좋아하지만 역시 내 감성은
옛 유행가 찔레꽃이다.
새 순이 길게 뻗었는데 꺾어 먹어볼까 말까 하다가 말아버렸다.
지금의 입맛으로는 그 달콤함을 절대로 느낄수 없을테니까.
지금 아파트나 동네공원길에 심은 찔레야 다 심은것이지만
내 고향 들판이나 언덕에 있던 찔레는 그야말로 자연산이었지.
가시에 찔리는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찔레순을 꺾어 먹었던
그 시절의 단발머리의 어린 나, 엄마도 언니도 찔레순을 꺾어다
나부터 먼저 먹여 주었었지…..
한참동안 옛 생각에 젖었다가 돌아 나오니 불두화가 나를 반겨준다.
불두화는 만개했다.
장미꽃도 피기 시작하고
붓꽃도 피어나기 시작하네.
작약은 어느새 다 져버리고 몇 송이만 남았다.
어제는 참 오랜만에 죽은듯이 잤다.
무려 열시간 가까이 잤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네 하면서
일어나자 마자 공원으로 향했다.
우리동네 소공원은 우리아파트와 붙어 있다. 그래서 작은 공원이지만
내 집 마당같아서 좋다.
날씨는 여름으로 가고 있고, 제발 올 여름은 지난 여름보다는 덜 덥기를
희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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