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면 자고, 안 오면 놀고….. 이런식으로 살아온지가 꽤 오래되었다.
아마 일흔살쯤서 부터 였을거다. 생채리듬이 깨어지기 시작한것이.
처음에는 하루 못 자면 그 이튿날은 죽은듯이 잤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잠을 못 자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러나 살아가는데 큰 불편은 없다.
밤 잠을 설치기 시작하고 부터 나는 아무때나 어디에서나 잠이 오면
쪽잠을 자는 버릇이 생겼다. 버스 속에서도 자고 헬스장에서도
잠이오면 탈의실 같은데서 자 버린다. 10분이나 길어야 20분 정도지만
그 잠이 내게는 큰 선물이다.
의사는 수면제를 먹고 자는것이 수면제 안먹고 안자는것
보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수면제를 못 먹는다. 수면제를 먹으면
환각이 오니까 못 먹는다. 딱 두번 먹었는데 그때마다 환각증세가
나타나 무서워서 못 먹는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감기걸려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처방전을 주면서
" 이 약을 먹으면 좀 졸릴겁니다” 하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덕분에 감기약을 먹으면 참 잘도 자거든. ㅎㅎ
아파트 마당에는 철쭉도 다 져버리고 작약과 불두화가 피고 있다.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괜히 사람도 피고 지고, 지고 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겨울 지나고 산책로에 나오니 형님들 몇분이 안 보이신다.
물어보니 먼 길을 떠나셨다고 한다. 특히 친했던 옥순형님, 만나기만
하면 끌고 다니는 유모차에서 사탕도 꺼내주고 과자도 꺼내주던 다정했던
옥순형님 부디 편안히 쉬시길…….
우리동네 산책로다. 이 산책로 중간 중간에 의자가 있다.
그 의자에 앉아서 놀던 형님들인데…..
손주들이 대학졸업을 하기 시작했다.
알릭스는 5월 8일에 대학을 졸업했다. 직장도 정해졌다니 그 아이는
미국에서 살거고, 지수는 휴학을 하고 회계사시험을 본다고 열공
중이다. 1차는 합격했고 2차시험이 6월에 있어서 얼굴 본지가 오래되었다.
손주들이 줄줄이 대학을 졸업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안 늙을수가 없지.
저 산책로를 거니는 사람들 중에서 어느덧 나는 상노인이 되었다.
마음은 아직도 장미꽃밭인데 몸은 조금씩 아프면서 늙고 있다.
박경리 선생님은 생전에 늙으니까 편안하다고 하셨는데 나도
마음만이라도 편안할려고 노력한다.
어느새 3시가 다 되었네, 잠을 청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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