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린 후 부터 새벽산책을 시작했다. 벚꽃은 대부분 졌지만
또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우리동네 나의 산책로는 정말 아름답고
고마운 길이다.
아파트와 붙어 있어서 차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고 나가면 또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 심심하지도 않다.
이 길을 왕복하면 내 걸음으로 1,500 보다.
일곱번을 왕복해야 만보를 채우는데 최근에는 한꺼번에 만보를 채운적이 없다.
아침에 서너번, 저녁에 서너번….. 나누어야만 만보를 채울 수 있는 내 저질체력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지도 몇년이 되었다.
이 길 가운데 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이 소풍을 가는 모양이다.
룰루랄라, 지지배배….. 즐겁고 신나는 모습들이다.
성질급한 꽃들은 어느새 엔딩을 고하고
학교의 북쪽 담벽에는 이제사 활짝 핀 벚꽃도 있고
소나무와 콜라보를 이루고 있는 벚꽃도 아직은 있다.
라일락,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흰 라익락이 피었다.
꽃잔디도 올라오기 시작했네
제비꽃은 이제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 있다.
철쭉이 제 세상이 온듯 반쯤 피었다. 아마 며칠내로 만개하리라.
사람은 왜 나이들면 추해지는지 모르겠다.
외모뿐만 아니고 마음까지도 추해지는것 같아 안타깝다.
중국어반에 이번 분기에 남자노인 한분이 새로 들어왔다. 80 넘어 뵈는데
공부하겠다는 열의는 대단한데 교과서를 사지 않는다.
자기는 옛날에 중국어를 좀 배웠기 때문에 책이 필요없으니 듣기만 하겠단다.
그러면서도 질문은 공부시간 내내 방해가 될 정도로 해댄다.
쓰기를 할때나 순서대로 읽기를 할때는 선생님이 자기책을 빌려 주면서
읽고 쓰라고 하는데 문제는 읽기나 쓰기가 끝나도 돌려주지를 않는다.
선생님도 책이 없으니 우리를 가르치기 어려워서 맨 앞에 앉은 내 옆에
서서 내 책을 보면서 가르치는데도 책을 안 돌려준다.
그래서 내가 제안을 했다. 책 사기 싫으면 내 책 빌려줄테니 쉬는 시간에
주민센터에 가서 복사 해 오라고.
그래도 묵묵부답, 젊은사람 둘이 속이 터진다면서 가서 복사를
해 와서 드려도 고맙다거나 수고했다거나 아무런 인사도 없이 당연하게 받는다.
나이먹었다는게 벼슬도 아닌데 그 분이 입학하고 부터는 교실분위기가 침울의
늪으로 빠져 버렸다. 되지도 않은 질문으로 공부분위기 흐리기, 쉬는 시간에
차 한잔씩 마시는것도 자기는 돈내기 싫어서 안 먹는다고 사절, 하루종일
골 낸 얼굴로 앉아있는 이 할배 고치는 약 어디 없을까?
아님 우리 모두가 그 할배 따라서 웃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차도 마시지 말고
같이 골 낸 얼굴로 지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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