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헬스장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심심하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어제 이웃친구를 불러내서 한 시간만 꽃길을
걷자고 나섰다.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유난히 살구나무가 많다.
나는 살구꽃만 쳐다보면 이 호우의 시가 생각난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오면
술 익는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현대를 살아가는, 더우기 아파트단지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과는
맞지 않은 정서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시가 좋다.
고향집 대문앞에 큰 살구나무가 있었다.
어른들은 그 살구를 떡살구라고 했다. 얼마나 크고 맛있었는지
살구 딸 무렵이되면 아이들은 한 개라도 더 얻어먹을려고 나무 주변을
빙빙 돌곤 했었지….
지금은 아무도 살구를 따먹지 않는다.
작년에 비오듯이 떨어져 내리는 살구가 아까워서 좀 줏어다
깨끗이 씻어서 효소를 담궈놓았는데 아이들은 먹지말라고 질색을 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씩… ㅎㅎ
동백꽃도 피었다.
진달래꽃을 먹었다. 아버지는 나무를 하러 가서 진달래를 꺾어
꽃방망이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주셨다. 간식거리가 없던 그 시절의
진달래꽃 방망이는 훌륭한 간식이었는데….
진달래 꽃잎을 따서 화전도 부쳐 먹었는데 언젠가 TV 에서 함부로
먹으면 안된다는 뉴스를 본 후 부터 나도 안 먹는다.
명자꽃도 곧 피겠지. 우리 고향에서는 아가씨꽃이라고 불렀던
명자꽃, 활짝피면 정말 고운데…
수선화도 피었다.
어느집 베란다에 걸려있던 조화 수선화다.
예쁘기도 하고 우중충한 아파트 벽이 환한것 같아서 찰칵했다.
꽃길을 걷다보니 한 시간이 금방 가 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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