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 월 두 달을 두문불출하고 살았다.
내 사는 동네, 평촌을 떠나면 더위먹고 죽을것만 같아서
누구도 안 만나고 아무데도 안 갔다.
남달리 더위를 타는 나는 정말 지난 여름나기가 힘들었다.
9월 들어 첫번째 만남이 오늘 있었다. 대부분 서울 강남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난데없이 백운호수에 있는 최진희네 한정식집을
가고 싶다고 해서 인덕원역 2번 출구 안에서 11시 반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여고 동창 여섯명의 모임인데, 아무래도 집이 가까운 내가 빨리
가서 기다려줘야 할것 같아서 11시쯤 도착했는데 신림동 사는 유희가
와서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만나자 마자 인사말이 “지팡이를
갖고 올려고 내 놓고는 잊어 버리고 그냥 왔네” 다.”
“아니 무슨 지팡이?” 했드니 이제는 외출시 지팡이를 짚어야 편하다고 한다.
경자가 오고, 약속시간은 지났는데 둘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전화를 했드니 1번출구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아니 단체톡에 2번출구에서 만나자고 공지 했는데 난데없이 무슨 1번
출구냐니까 영순이가 하는 말이 “나는 그런거 안 봐” 한다.
아니,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정한게 자긴데, 그래서 자기가 올린
카톡을 보여주면서 “너가 정했잖아? 그런데 엉뚱한데서 기다려놓고
왜 화를 내니?” 하니까 혼잣말로 끝도 없이 구시렁 구시렁…….
여섯명이니까 택시 두 대에 나누어서 탔다. 경자가 길을 안다기에
다른 둘과 함께 먼저 온 택시에 태워 보내고 뒷차로 나머지 둘과
내가 탔다. 이 부근 운전기사들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식당을
말하면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길을 안다는 경자와 내가 각각 다른 차에 나누어서
탔다.
식당에 도착하니 먼저 떠난 경자가 탄 차가 오지 않았다.
우리 먼저 들어가서 예약한 자리에 앉고도 한참이나 있으니까
도착했다. 우리는 4,700원의 택시비를 냈는데 경자일행은
5,700원의 택시비를 내고 빙 돌아서 도착을 했다.
” 너 길 안다면서 왜 돌아왔니?” 하니까 “그냥 기사에게 맡겨버렸어”
라는 대답이다. 참내??????
밥 먹고 나서 차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
영순이는 “나는 혈압약 먹고, 무릎관절염약 먹지만 아픈데는 없어”
하면서 건강자랑을 한다.
듣고 있던 묘희는 “나도 당뇨가 있고 무릎관절염약 먹지만 안 아퍼” 한다.
그게 아픈건데…… ㅎㅎㅎ
여고시절 참 똑똑했던 친구들이다.
어눌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서 나를 본다.
친구들 모습이 내모습이고 내모습이 친구들 모습이겠지…..
이제는 밥 먹고 차 마시면 헤어진다. 오늘 백운호수 둘레길 걷자고
했는데 막상 밥먹고 나니 아무도 둘레길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집에 빨리 가자고만 한다.
오늘따라 바람도 불고 하늘도 맑고 높아 걷기에 참 좋은 날씨인데
입으로는 아픈데 없다고들 하면서 중환자처럼 군다.
이 친구들과 앞으로 몇년이나 더 만날수 있을까?
약속장소도 잘 기억 못할 정도로 점점 머리가 나빠져 가고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해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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