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까마중의 그 진보라빛 열매가 새콤달콤 아주 맛있다는걸
알 수가 없을거다. 하기사 나도 길에서 까마중 만난것이 수십년만이니까.
산책 나온 동네 길 섶에 까마중이 무더기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이제사 꽃이 피기 시작해서 겨우 익은 열매 몇 개를 발견하고는 얼른
따서 입에 넣었드니 아, 옛날 그 맛이다.
표준어로 까마중이지만 우리 고향에서는 개멀구라고 불렀다.
산머루 맛이 나니까, 산머루를 산멀구라고 불렀으니까 이건 개멀구라고
이름 붙인것이겠지…..멋대로 해석 해 보면서 보이는대로 따서 입에 넣는다.
우리집에서 학교는 꽤 멀었다. 지금으로 계산하면 아마도 한 4킬로쯤.
들 길을 걸어 방죽을 넘고 북천내(형산강의 지류)를 건너, 분황사 앞에서
신작로를 만나서 대강 한 시간 정도 걸어야만 했다.
그 오가는 지루한 길에서 우리는 필기를 뽑아먹고 목화밭에서 다래를
따 먹기도 하고 이 까마중을 따먹기도 했었다.
어린 마음에도 혼자 먹기 아까울 때는 엄마를 생각하고 손바닥에 따모으기도
했었다. 혓바닥도 손바닥도 보라빛으로 물들었지만 행복하고 즐거웠다.
아마 한 보름쯤 지나서 여길 다시 지나면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릴것 같다. 지금 잎새 사이로 보이는 파랗고 작은 열매들이
좀 더 커지면서 보라빛으로 변할거다.
저 까마중을 같이 따 먹으며 그 먼 길을 걸어서 학교를 함께 오 갔던
동무들,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도 있고 먼 길을 가버린 사람도 있고
소식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어디에서 살아가든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는 멧세지와 함께 이 까마중
사진이나마 보내고 싶다. 물론 연락이 닿는 사람에게는 이미 사진을
보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툭하면 “엄마 뭐 드시고 싶으세요?” 하고 물어오지만
솔직히 크게 먹고 싶은게 없다. 그러나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름난 요리가 아닌, 어릴 때 먹고 자랐던 그런 음식들이 먹고 싶다.
음식 역시 추억이 깃들어야 그리움도 있는 법.
까마중 열매를 따 먹으면서 내 마음은 먼 먼 시절로 돌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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