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마당에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북.미 회담결과를 보느라고 TV에만 눈을 주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역시 가슴이 뻥 뚫린다.
요즘 집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 벨소리, 받으면
“후보자 누구 누구입니다” 하는 기계음에 진절머리가 난다.
본인들은 그 짓이 선거운동인줄 알고 돈을 들여가며 전화를 해대겠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기분만 나쁘다. 어떻게 내 정보를 니들 마음대로
빼내서 전화질을 해대느냐고 소리쳐 주고 싶은데 이게 사람이 아닌
기계음이다 보니 그렇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다.
앵두를 몇 개 따서 먹어 본다.
새콤달콤, 아! 맛있다. 고향집 우물가에 있던 그 앵두와 같은 맛이다.
경기도는 더욱 난장판이다. 나는 사전투표를 해 버렸지만 안 한
사람들은 선택이 참 어렵다고들 한다. 어째서 도지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도덕관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 보다 몇 수 더 아래인지?
이제 장미도 끝물이다. 장미는 피어 있을때는 아름답지만 질 때는
참 추하다. 정책은 간 곳 없고 여배우와의 스캔들과 아들의 마약
문제만 부각되는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선거판, 싫다.
지금도 창너머로 소리가 들린다.
“ 후보자 누구 누구, 어느당의 누구 누구…”
니들 끼리 잘해봐라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곤하게 자는 시간에도 전화질을
해대는지, 그게 바로 표 갉아먹는 짓이라는것도 모를까?
꽈리도 열렸다. 요새 아이들은 꽈리를 모를게다.
우리들 어릴적에는 저 꽈리가 빨갛게 익으면 손으로 주물러서
속의것을 빼고 풍선처럼 만들어서 입에 넣고 꽈드득 꽈드득
하면 꽈리를 불었는데….
이 꽈리가 잘 익었으면 좋겠다. 잘 익은 꽈리를 따서
불어보고 싶다.
이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도 끝났고 선거전도 오늘이면 끝이다.
내일 저녁부터는 개표방송으로 또 한참 시끄럽겠지만 제발 당선자들이
염치가 좀 있기를 부탁하고 싶다.
공직을 이용해서 돈 벌 생각하지 말고 나라와 국민을 아프게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를 접은지 오래라 잘 해 달라거나 잘할거라는
희망은 안 가지지만 더 이상 실망은 안 보태 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