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이다.
11시 미사에 함께 가자고 어제밤 약속했던 친구가 새벽같이 카톡을 하는
바람에 잠이 깨 버렸다. 간신히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신새벽에 카톡을 보내 온 이유는 참 어이가 없는 내용으로
오늘 추우니까 밍크오바 입고 가자고 한다.
웃을수도 울수도 없다. 그렇다고 더 더욱 짜증낼 수도 없고.
나이 들어 가면서 제일 힘드는게 잠드는 일이다. 잠들기가 힘드니까
별라별 짓을 다 해보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안되는게 사실이다.
약을 먹는것 외에는.
그래서 잠이 오면 낮에라도 자고, 안 오면 밤에라도 놀고…. 그러다가
새벽녘에라도 잠이 오면 잠들고…. 이런 패턴인데 어제 저녁에는
전화기를 무음처리를 해놓는걸 깜빡 잊어 버렸드니 이렇게 신새벽에
당해 버린다.
친구들의 잠 패턴도 가지 가지다.
저녁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 한, 두시에 깨 버리는 사람, 나처럼 전전긍긍
하다가 새벽에 잠드는 사람…
문제는 두 쪽에 다 있다.
늦게 잠드는 사람은 밤 12시에도 깨어 있으니 카톡질을 하고, 새벽에
깨는 사람은 자기가 깨었으니 남도 깨었을줄 알고 카톡질을 해대고
하는데 내용들은 다 아무것도 아니다.
흔히 떠도는 확인도 안된 가짜뉴스같은것을 전달 해 오는 정도다.
이쯤 되면 카톡도 공해다.
올 성탄절에 유일하게 받은 카드다. 멀리 호주에서 블로그 이웃이
보내 온 거다.
이제는 모든게 카톡이나 문자멧세지, 이메일로 되는 세상이니 아마
우편수입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걱정 할 일은 아니지만.
어릴적 구세군교회에 다녔을적의 성탄절이 가끔 그립다.
전쟁전에 우리가 살았던 곳은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경북의 영덕이었다.
그곳에는 교회가 딱 두곳, 큰 예배당으로 불리는 장로교회와 작은 예배당으로
불리는 구세군교회가 있었는데 구세군 교회가 우리집 옆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이 교회의 어린이 반을 다녔다.
성탄절이 되면 새벽송을 도는 교회 합창단들이 집집마다 대문 앞에서
고요한밤 거룩한 밤을 불러 주었고, 그러면 집 주인이 나가서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고 참 훈훈했었다.
아침이 되어 교회에 가면 당시로서는 드문 성탄절 카드도 받았고, 떡과
사탕도 받아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구세군 교회에서도 성탄절에는 공연을 했다. 나는 노래도 무용도 잘 못했기
때문에 한번도 뽑혀 보지는 못했지만 성경외우기에는 곧잘 뽑혀서 상도
타곤 했었다. 그러면 어른들이 똑똑하다고 돈도 한 푼씩 주었는데
그 소박했던 성탄절이 그립다.
오늘 우리 성당의 성탄미사는 어떨런지,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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