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드니 생활이 움츠려 든다. 해가 바뀐다고 얼굴이나 보며 밥이나 먹자고 연락이 와도 이제는 모든 모임을 점심에 만나니까 두, 세시면 돌아 온다. 그러고 나면 할 일이 없다. 물론 운동도 가고 중국어 공부도 가지만 문화센터가 아파트 대문과 붙어 있어서 금방 다녀오게 되고, 그러고 나면 또 심심하다. 아이들은 나보고 젊었을때 고생했으니 이제는 아끼지 말고 엄마 쓰시고 싶은대로 쓰고 살아라고 한다. 그런데 많은 돈도 없지만 막상 쓸려고 해도 마땅히 쓸곳도 없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닐때는 그나마 돈을 좀 썼지만 이제는 여행도 잘 안가니까 결국은 병원에 가져다 주는 돈 밖에는 쓸곳도 별로 없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것도 많고 먹고 싶은것도 많고 입고 싶은것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작은 욕심에서 조차 놓여 나 버리고 이렇게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인생도 끝날것 같다. 작년의 탄핵의 그 소용돌이 이후는 TV 보기도 싫어졌다. 나야말로 정치적인 색채는 없는 사람인데, 겪어보니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만 같다. 어제 낚시 배 사고도 전 정권때 보다 대통령이 빨리 대응하고 철저히 지시했다 하지만 역시 인명을 살리는데 실패한것은 똑 같다. 그리고 국회의원들, 자기들 세비 올리고 보좌관 더 뽑는 일에는 한마음 한뜻이었다 하니 그냥 뉴스는 안 보는게 제일 편한것 같다. 정기적으로 검진 다니며 약 타오는 병원이 여러 곳이다. 혈압약 타러 경찰병원에 3개월에 한번씩, 허리체크하러 삼성병원에 6개월에 한번씩, 녹내장 체크하러 안과에 2개월에 한번씩, 그리고 기타 등등….. 한 주도 병원 안 가는 날이 거의 없다. 정기적인것 외에 배탈도 났다가 감기도 걸렸다가 별라별걸 다 하니까 요즘 같아서는 나는 병원에 돈 갖다 주러 태어난 사람 같다. ㅎㅎㅎ 그럼 나이가 여든이 다 되어 가는데, 할매 중에서도 상 할매인데 그건 아무것도 아닐런지 모르겠다. 친구들을 만나도 아프지 않는 사람이 없고, 밥 먹고 나면 약봉지 꺼내기가 바쁘고, 보청기를 한 친구도 있고 심장박동기를 단 친구도 있고 가히 종합병원이다. 그러면서 이렇게라도 살아 있고 걸어 다닐수 있고 내 손으로 내 몸을 케어할 수 있으니 우리는 복 할매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연 그럴까? 그럴테지….. 그리고는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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