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제 내일이면 2017년의 달력도 딱 한 장 남을테고, 은행에 들렸드니
2018년 새 해의 달력을 준다.
하나은행과 아파트의 우리 동이 붙어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친구들에게
농담삼아 “돈을 옆구리에 잔뜩 쌓아놓고 산다”고 허세섞인 농담도
한다. 은행이 가까이 있으니까 편리하고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누구보다 새 해의 달력을 먼저 얻을 수 있는것도 그 좋은 점들 중의
하나이고.
내년의 달력은 자수박물관의 조각보들이다.
우리들 처녀시절만 해도 이 조각보들을 혼수품으로 만들곤 했었는데
지금은 이 밥상보 같은건 이렇게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가장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외국인들에게 이 조각보를 선물한다면 과연 싫어 할 사람이 있을까?
물론 밥상을 덮어놓는 상보의 용도는 모르겠지만 벽 같은데 걸어
놓고 즐길것 같다.
요즘 “한국은 처음이지?”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인도청년들이 다녀가고 요즘은 핀란드 청년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구경하며 먹는것을 즐기고 있다.
그 프로를 보면 낯선 외국 청년들이 김치를 맛있다 하고 먹고
찜질방도 가고 게임경기하는 곳도 가고 박물관에 가서 우리 역사도
알아보곤 한다.
우리들 입맛도 이제는 외국음식에 어느정도 익숙해 가듯이 그들 또한
우리 음식, 우리 문화에 익숙해 가는걸 보면서 지구촌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옛날에는 조각보뿐만 아니라 조각이불도 만들었었다.
그런데 그게 미적인 면 보다는 천이 없으니까 옷 만들고 남은걸
모아 두었다가 용도에 맞게 만들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가난하던 시절의 산물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가난했던 시절의 음식들이 요즘은 웰빙음식이 되고
이런 조각보 같은건 예술품으로 승화되었으니 세상일은 우리가 쉽게
판단을 내릴수가 없는 것이다.
사연이야 어찌되었던 참으로 아름답다.
세계적인 명화달력도 좋지만 이런 우리네 생활에 젖은 물건들의 사진으로
만든 달력이 아주 마음에 든다.
11월이 다 갔다고 슬퍼하지도 말고 한탄하지도 말고 후회하지도 말자고
마음을 다 잡는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기억력도 떨어지고 아픈 곳은 많아지고……
그래도 살아있다는것에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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