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떠나온지가 반세기가 가까워 온다.
그간 부산을 안갔던건 아니다. 그러나 늘 경조사나 또 다른
볼일로 급히 다녀오기만 했지 천천히 부산을 즐기고 온 적은 없다.
갑자기 부산이 부쩍 가고 싶어졌다.
고향은 아니지만 학창시절과 신혼시절을 보낸 부산은 내 인생의
황금기가 묻혀 있는 고장이다.
부산에서의 15년이 어쩌면 나로서는 리즈시절이 아니었던가…
부산 사투리로 “만디”는 언덕이나 산의 높은 곳을 의미한다.
유달리 언덕이나 산 밑에 집이 많은 부산사람들은 대부분
이 만디에서 살아 간다.
나의 부산생활 15년도 대부분을 만디에서 살았다.
동대신동의 만디, 아미동의 만디, 부민동의 만디, 영주동의 만디를
그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잘도 오르내렸다.
이번 부산여행은 추억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살던곳, 다니던 골목, 그리고 즐겨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워서
떠난것이다.
서부산 IC 로 들어간것은 동대신동과 영주동을 잇는 산복도로를
타 보고 싶어서 였다. 구덕터널을 지나 동아대병원앞을 지나
옛날 살던 동네인 동대신동쪽으로 갔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저히
분간이 안된다. 그저 어렴풋이 방향짐작만 될뿐.
그래서 달리다 멈춘 곳이 영주동 만디에 있는 하늘눈 전망대다.
이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네가 부산을 떠날때 살았던 영주동
아파트가 있던 동네인것 같다.
그때 우리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지은 아파트에 살았다.
비록 11평의 좁은 시민아파트 였지만 당시로서는 남들이 부러워
하던 아파트생활이었다.
앞에 9-다 라고 쓰인 아파트가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와
비슷한데, 아마 아닐거다.
강산이 다섯번씩이나 바뀐 지금에 와서 옛 골목이나 집들을
찾다니…. 그대로 있을리가 없지.
부산항 대교가 보인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산이 있는 곳은 영도다.
저 부산항 대교를 건너 광안대교를 건너면 바로 해운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옛날에 무척 멀었던 길이 지금은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게
교통수단도 발달했고 길도 잘 닦였기 때문일거다.
이 쪽은 어디쯤일까? 송도쪽인것도 같고….
하늘눈 전망대에서 어디론가 또 달렸드니 민주공원이 나온다.
여기는 동대신동쪽에서 영주동으로 넘어가던 만디, 소풍으로
자주 왔던 곳이다.
부산에서는 만디버스라는 정다운 이름의 관광버스가 보였는데
사진은 못찍었다. 이 초록 버스는 만디버스는 아니다.
저 높은 탑이 무엇이냐고 물었드니 충혼탑이라고 한다.
마땅히 불러내서 옛 이야기를 나눌 친구는 없지만 그래도 부산에
머물기로 한 3일간 나는 부지런히 옛 추억을 찾아 다닐것이다.
그대로 있지 않아도 좋다.
그저 여기가 거기려니 하는것 만으로도 즐거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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