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열사람이 지나갈 때 “자야” 하고 부르면 아홉명이나 열명이 다
뒤돌아 본다고 할 정도로 우리 나이의 여자이름에는 자(子) 짜가
붙은 이름이 많다.
영자, 정자, 경자, 순자, 옥자, 화자, 귀자, 숙자, 춘자……..
이 모두가 일제강점기에 태어 난 죄다. 창씨 개명후 지은
여자아이들의 이름 대부분이 일본식으로 끝에 자(子) 를
붙였기 때문이다.
간혹, 자야가 아닌 순이나 숙자가 붙어서 영순이나 영숙이 같은
이름도 있었지만 그 이름들 역시 그다지 이쁜 이름들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 해 오면서 그 딸이 우리반으로 전학을
해왔는데 이름이 박정미 였다. 서울서 피난 온 강수혜와 더불어
우리학교에서 제일 이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 둘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서로의 성 뒤에다 정미나 수혜를 붙여서
몰래 불러보곤 한없이 부러워 하곤 했었다.
나 역시 오정미도 되어 보다가 오수혜도 되어 보다가 했고….
중학교에 들어갔드니 우리반에 이정자가 세명이었다.
처음에는 기차통학 이정자, 눈굵은 이정자, 노래 잘하는 이정자로
불렀는데 그게 길고 불편해서 이름 앞에 ABC를 붙여서 A정자
B정자, C정자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파파 할머니가 된 지금도
만나면 A정자, B정자 하고 부른다.
성이 김씨거나 이씨같은 흔한 성이면 같은 이름이 한 반에
몇씩은 꼭 있었다. 김영자, 김정자, 김경자, 이영자, 이정자,
이경자 같은 이름이 둘씩, 셋씩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터 대부분 자(子) 짜가
안들어간 자기 이름을 하나씩 지니게 되었다.
끝에 자짜를 떼 버리고 순이나 숙이나 선으로 바꾸어서 불러
달라는 친구도 있었고 아예 엉뚱한 이름으로 바꾸어서 불러
달라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부모님도 선생님도 모르는
우리끼리의 이름이었지만 말이다.
요즘은 개명이 아주 쉽다고 한다.
그때는 개명이 어렵기도 했지만 부모님께서 그런것에 까지 신경을
써주지는 않았고 싫던 좋던 운명의 자야로 우리들은 일생을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개명이 쉬우니까 또 희안한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이름을 한번만 바꾸는게 아니고 계속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서
직장에서도 너무 헷갈린다고들 한다.
승진에 탈락했다고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승진했다고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별 일이 다 있다고 하는데 나도 이쯤에서
그 지긋지긋한 자야를 탈피 해 볼까? ㅋㅋㅋ
인생 다 살아놓고 지금와서 이름을 바꾼다고 불러 줄
사람이나 있을런지도 모르겠고, 내가 살아 온 모든 흔적에서
이름을 다 고쳐야 할테니 그것도 번거롭고…. 아, 모르겠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대로 자야로 살다 끝내자.
잠은 안 오고…..
참 시답지 않은곳에 필이 꽂혀서 이렇게 횡설수설 해보고는
씨익 웃는다. 나도 참 하릴없는 할매구나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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