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골골거리다 오랜만에 아침산책을 나가 보았다.
내과를 두번, 이비인후과를 한번, 그렇게 열심히 치료하고
쉬었드니 오늘 아침은 기분이 상쾌하고 기침도 나오지
않길래 너무 누워만 지내는것도 좋지 않을것 같아서
바깥엘 나가 보았다.
유월도 중순에 접어든 오늘 아침,
아파트 마당에는 앵두도 다 떨어지고 붓꽃도 다 시들어 버리고
대신에 네델란드 백합이 활짝 피어있다.
백합을 우리 고향에서는 나리꽃이라고 했다.
지금 아파트에서는 손쉽게 네델란드 산을 사다 키우지만 고향의
나리꽃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야들야들 하면서 예뻤다.
하늘을 향하면 하늘나리, 땅을 향하면 땅나리라고 이름지어
불렀던 나리꽃, 지금의 네델란드 산에서는 그런 정취는 도저히
느낄 수 없다. 그래도 이나마 꽃이 피어서 좋다.
퇴직하고 처음에는 새벽에 수리산이나 모락산을 오르다가
한 십년전쯤 부터 우리동네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을때, 나와
우리팀은 이 동네의 막내할매들이었다.
60대였던 우리들 위로 7,80 대의 언니들이 많이 걷고 있었는데
이제 그 분들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그 사이에 상 할매로 승급해 버렸으니 이 산책로에서
나는 정이 들대로 들어 버렸다.
제일 막내인 경자할매도 이제는 세번밖에 못 걷는다.
우리동네 산책로는 다섯번을 왕복해야 한시간쯤 걸리는데
몇년전 까지만 해도 다섯번을 걷고도 기구 운동도 했었는데
이제는 세번, 두번이 고작이다.
그리고는 벤치에 앉아 끝없는 수다…..
요즘 스마트폰 재미에 한창 빠져 있는 귀옥할매가 어제받은
카톡을 보여준다.
제목은 ” 남편이 바람을 핀다면” 이다.
프랑스 부인: 남편의 정부를 죽인다.
이태리 부인: 남편을 죽인다.
스페인 부인: 둘 다 죽인다.
독일 부인: 자살한다.
영국 부인: 모른척 한다.
미국 부인: 변호사를 물색한다.
일본 부인: 남편의 정부를 만나 사정한다.
중국 부인: 같이 바람핀다.
한국 부인: 대통령 물러나라고 데모한다.
마지막 멘트에 우리는 빵 터저 버린다.
맞습니다. 맞고요 하면서…..
질세라 덕순할매가 또 한 마디 한다.
“우리 딸네는 강아지 이름을 휴가라고 지었드라”
덕순할매, 귀가 많이 어둡기 때문에 그 말에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슈가라고 지었겠지, 설마 강아지 이름이
휴가겠어?” 하면서 자지러진다.
“아무래도 슈가를 휴가로 들은것 같은데…”
밖에 나오니 역시 좋다.
운동은 하는둥 마는둥 수다삼매경에 빠지는것 또한 좋다.
아침 먹고 이비인후과를 한번 더 다녀올 생각이다.
그리고 아직은 수영도 공부도 하지 말아야지 ….
오늘도 무더울것 같다.
비라도 좀 쏟아졌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내가 바라는대로
될 일인가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 좋은 날, 아침에 실컷 웃었드니 살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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