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헤어지는데 한 친구가 가만히 닥아와서 큰 봉투
하나를 쥐어 준다. 여기서 보지 말고 집에가서 보라면서.
집에 와서 뜯었드니 머플러 하나와 함께 그림전시회의 팜플릿이
나온다. 팔플릿 장을 넘기다 보니 친구의 이름이 쓰인 그림이 있다.
아, 이 친구 그림을 배워서 전시회까지 했구나.
4, 10 에 이미 끝난 전시회였다.
나는 이 친구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줄도, 그림공부를 하는줄도 전혀
몰랐는데 아무리 그룹전이지만 전시회까지 하다니……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지 전화를 걸었다.
” 너 언제부터 그림공부 했느냐?” 하니까, 소질이 있는건 아니고
퇴직후 심심해서 복지관에 다니면서 배웠드니 이런 정도까지
되었다는 대답이다.
“그럼 왜 전시회 할때 연락 안했느냐?” 했드니
너무 부끄럽고 내놓을 단계가 아니라서 연락 안했단다.
찬찬히 다른 사람들의 그림도 들여다 보고 그린 사람들의 프로필도
훑어보니 친구가 제일 나이가 많은것 같다.
정말 훌륭하다.
친구는 법학을 전공했기에 퇴직후는 법원의 참여재판관으로
자원봉사 나간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니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덧붙이기를 남편과 함께 고향에도
농토를 좀 장만해 놓고 자기들 먹는건 농사지어서 해결한다고도
한다.
이 친구, 경찰동기다. 늘 바쁘게 일하느라 자기발전이나 소질같은건
염두에도 안 두고 살았는데 퇴직하드니 이렇게 하고 싶었던걸 하면서
살다니….. 무한한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 그림이 친구가 전시회에 출품한 그림이다.
어느봄날 이란 제목이다.
이것은 친구가 자기그림을 넣어서 만든 명함이다.
뒷쪽에 전화번호와 주소가 쓰여 있다.
내게 준 석장의 명함이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넣어서 명함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연하장도
성탄절 카드도 이렇게 만들면 참 좋겠다 하고 부러워 해 본다.
같이 출품했던 분들의 그림중 내 마음에 든 그림이다.
나는 그림을 그릴줄도 모르지만 볼줄도 모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전문가 못지 않은지?
친구야.
정말 잘했다. 그리고 훌륭하다.
다음 전시회 때는 꼭 미리 알려다오.
열일 제쳐놓고 꽃 사들고 달려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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