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향기 가득한 안성.
안성 나들이가 주는 볼거리를 찾아 이틀동안 여기저기를 다녔다.
물론 가까운곳이니까 잠은 집으로 돌아와서 자고 이틑날 또 떠나고 했다.
꼬박 이틀을 다녔지만 찾아 간 곳 보다는 빠트린 곳이 더 많아 다시 한번
날 받아서 와 보고 싶은곳 안성.
안성객사 (시도유형문화재 154 호} 는 술박물관을 찾아 헤매는 길거리에서 우연찮게
들리게 된 곳이다.
객사라고 해서 손님을 맞는 장소인줄로 생각했드니 그게 아니고
객사란 지방 관아의 중심 건물로 고을 수령이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셔 놓고 궁궐을 향해 절을 올리던 장소라고 한다.
안성객사는 우리나라에서 몇 동 남지않는 고려시대 주심포계 건축이라는 점에서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여기 이 안내문을 읽어 보기 전에는 객사라는 곳이 임금을 숭배하기 위한 장소일것
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 나도 참 어지간히 모르는게 많은 사람이다.
白城館 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무슨 뜻일까?
복원한듯 하지만 담장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고색창연한 문창살과 기둥들이 세월을 말해주는듯.....
오늘 안성하늘은 구름한점 없다.
여기는 한 시민이 기증한 민속자료를 진열해 놓은곳인데 기증자의 이름이 너무 부각되어
있는게 별로 아름다워 보이질 않는다.
안성객사의 문을 나서니 바로 길 하나 건너 이 고장이 낳은 박두진 시인의
시비가 있다.
박두진 시인의 시 "고향" 이 시비에 새겨져 있다.
박두진 시인은 이곳 출신으로 박목월, 조지훈 시인등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했던
분이다.
하 늘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 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 박두진 -
좋아하는 시 하늘을 마음속으로 외워보며 안성들판을 바라보니 벼가 누렇게
익어있고 하늘이 호수처럼 푸르다.
안성은 박두진 시인뿐만 아니라 조병화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조병화 시인의 자택과 도서관겸 서재인 편운재도 가보고 싶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못가보고 다음으로 미룰수밖에 없다.
황금들판을 바라보고 서 있는 박두진 시비앞에 서서 흐릿한 글씨로 새겨진
시 "고향" 을 한자 한자 짚어가며 읽고 있을려니 새삼 이곳이 청록파 시인을
탄생시킨 아름다운 고장이구나 하는 감탄에 달콤한 공기를 한껒 들여마셔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