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 모으고 책을 읽는 게 취미였던 시절도 있었다.
여학교 시절, 친구 오빠가 대본점을 경영해서 좀 싸게 해 주는 덕분으로
세계명작들을 그 시절에 대부분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때는 책을 대본점에서 빌리면 하루에 얼마씩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빨리 읽는 게 돈이 적게 드는 일이라 책을 빌려오면 만사를 미뤄놓고
책만 읽었다. 그런데 친구 오빠 덕에 우리 친구들은 좀 천천히 읽어도
하루나 이틀 치의 돈을 빼 주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했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 셋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부터였다. 아이들에게 학비나 용돈이 안 나가니까 나도 옷도 사고 책도
사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그 세월이 이번에 아프기 전까지 이어졌으니
집에 책이 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하는데 세월이 변해서 책을 달라는 사람이 없다.
동네 도서관에 기증하려고 해도 엄청 까다롭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에
한 달에 한 번씩 나의 상태를 체크하러 오는 사회복지사가 책을 좋아해서
이 번 달에 왔다가 많이 가지고 갔다. 무거워서 매 달 조금씩 가져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근래에는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다.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손에 집히는 데로 읽었다. 아들이 일본에서 사 오는 원서는 사전을
뒤져가면서 읽고 내가 살 때는 손쉽게 우리글로 번역한 것을 사서 읽었다.

언제부터 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추리소설이 재미있어졌다.
시드니 샐던도 많이 읽었는데 퇴직하고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공부 겸 해서
일본소설을 읽다가 이 작자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아들이 사 온 일어로 된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무렵만 해도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다 보니
책에다 표시를 하게 되었다.
요즘이야 파파고에 말만 하면 단어의 뜻은 물론 문장 번역까지 해주는 세상이니
읽기도 쉽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전이 필요했다.

이렇게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다 보니 소설 한 권 읽는데 몇 달이 걸렸다.
아들에게 새 책에 낙서해 놨다고 지청구를 듣기도 하고.

이 책들은 사회복지사가 다음 달에 가져 가겠다고 대충 골라 놓은 책들이다.
책도 신문도 손에서 놓아 버린지가 몇 년 된 것 같다. 간혹 출판사에서
리뷰 써 달라고 부탁하면서 책을 보내오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사절해 버렸다.
눈도 침침하지만 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된다.
사회복지사가 책을 다 가져가겠다고 하니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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