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여섯 명이 매월 5일에 만나서 점심 먹고
찻집에서 수다 좀 떨다가 헤어지는데 지난달에는 모이질 않았다.
춥기도 했지만 연말이라 각자 다니는 교회나 성당에 종교행사도
있었고 또 집안행사도 있어서 우리 모임은 갖지 말자고 했었다.
한 달을 건너뛰고 새 해에 만나니 모두 이구동성으로 오늘은 비싼집
에서 좀 잘 먹자고 한다. 뭐 집에서 굶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사당동의 담양에 초대라는 한정식집, 자주 갔지만 늘 제일 싼 걸로
먹었는데 이번에는 1인당 35,000원짜리를 먹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비싼 걸 시켜서일까? 홀이 아닌 룸으로 안내되었다.

웬일로 치매 영자가 빠졌다.
용인 수지에 사는 경자가 늘 데리러 갔는데 오늘은 집에 가니까
"나 오늘 우리 영감하고 점심 먹는다" 하더라고 경자가 화가 나서
다시는 안 데릴러 갈 거라고 한다. 아침에 전화해서 자기 좀 데려가 달라고
해놓고 못 올 사정이 생기면 먼저 연락을 하지, 약속 장소는 사당이고
경자네 집은 수지, 치매환자인 영자네 집은 논현동인데 사람을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난리 난리다.

식전에 나 온 검은 깨죽, 커피같이 보이지만 커피가 아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자연 영자 얘기를 한다.
그런데 묘한 게 치매가 걸려도 사람의 본성이 안 변한다는 거다.
영자가 우리 다섯 중에서는 제일 부자다. 논현동에 작지만 빌딩을 갖고
있어 그 세가 꽤 많은데도 아무리 추운 날 경자가 데리러 가도 택시
한 번 안 타고 꼭 지하철로만 가자고 한단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한 번
잃어버렸을 때 영자영감이 우리들 집집마다 전화해서 따지고 했었다.


다섯 사람이니까 2인분, 3인분으로 나눠서 주었는데 이 사진은
모두 2인분이다. 내가 영순이와 둘이 앉았거든.

중간에 물만두가 나온다.

튀김이 2인분이니까 단호박 두쪽, 고추튀김 2개다.
옆은 쑥 부침개인지 떡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쑥이다.

이건 코다리 구이다.

왼쪽이 떡갈비인데 사진으로는 갈비같이 안 보이네.
밑에 깔린 것은 식지 말라고 놓은 돌이다. 오른쪽은 감자.

밥반찬들

밥과 국, 국 대신 추어탕이다. 이 집주인이 사당동의 유명한
담양죽순 추어탕 주인이다.

디저트로 매실차와 한과가 나온다.
룸이니까 자판기 커피 빼다 마시고 그냥 여기서 애기 좀 하다 헤어지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또 영자 얘기, 데리러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돈도 많은 집인데 한 번이라도 택시 태워 보내거나 귀도 안 들리는 경자가
수지에서부터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고 하는데 고맙다는 말이라고 하던가
하면 좋은데 그 집 영감은 나쁜 일 있을 때만 항의성 전화만 해대니까
모두 고개를 흔든다.
결론은 경자 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로 끝맺었지만 많이 씁쓸한 기분이다.
이제 우리들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된다고 젊을 때야 당연히 아꼈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 안 변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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