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에 한 번씩 안과 정기검진을 받는다. 그리고 안압 낮추는 약과 인공눈물을
받아 오는 것뿐이지만 양쪽 눈에 백내장, 왼쪽눈에 녹내장이 있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오는지가 15년이나 되었다.
3개월에 한 번씩 일반적인 검진, 1년에 한 번씩은 정밀 검진을 해 오고 있는데
처음 병원에 왔을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이 안과는 전문의가 일곱 명이나 있는 개인병원으로서는 큰 안과라 환자들이
너무 많아 오픈런에 가도 평균 한 시간은 기다려야 되지만 가던 곳이니까
계속 다니고 있다.
어제는 오전에 갔는데 담당의가 수술 중이라고 다른 의사에게 보든지 오후에 다시
오든지 하라고 접수에서 말해서 그냥 다른 의사에게 보겠다고 했다.
걷기가 수월할 때는 이렇게 되면 운동삼아 다시 오겠지만 지금은 집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인 이곳까지 걸어오는 것도 벅찬데 다시 온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었다.
차례가 되어 들어 갔더니 평소 못 봤던 아주 젊은 의사가 진찰을 끝내고는
"잘 안들리시죠? 제가 모니터에 글씨를 찍어 넣을 테니 읽어 보세요" 했다.
글씨도 돋보기 없이도 읽을 수 있도록 아주 크게 "오늘 검사결과는 아주 좋습니다.
이대로 안압낮추는 약 꼬박꼬박 넣어시고 인공눈물도 가끔 써 주시고 하면
됩니다. 3개월 후에 뵙겠습니다" 이렇게 모니터에 뜨는 것이었다.
병원을 참 많이도 다니고 있지만 잘 안 들린다고 이렇게 모니터에 글씨를
찍어 넣어 보여주는 의사는 처음이다.
읽는 도중에도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다 읽고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 서
나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자그만한 친절이 이렇게 사람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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