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손녀가 쉰다고 해서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29살의 손녀는 주말에 출근은
안 하지만 예식장 다니는 일로 바쁘다. 친구들이 한 사람 두 사람 결혼을
하기 시작했는데 너는? 하고 물으면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간다는 게
대답이다. 공부도 잘했고 좋은 직업도 가졌는데 연애에는 아무래도 소질도
재능도 없는 모양이다. 아직 한 번도 데이트를 못 해봤다니 거짓말 같은
참말이다.
평촌, 우리집에서 계원학교를 지나 백운호수 가는 산길로 접어들면 호수에
이르기 전에 자연콩이라는 콩요리 전문음식점이 있다. 이곳으로 사위 딸 아들
손녀와 함께 갔다.
자연콩 정식 22,000원 짜리 5 인분을 시켰다.
오늘은 내가 살테니까 마음대로 시켜라고 했는데 메뉴판을 보더니 35,000원
하는 정식은 배 불러서 다 못 먹는다고 이것으로 통일을 한다.
맨 먼저 연두부 같은 게 나왔다.
먹어보니 순하고 맛있었다.
이 부침개에는 콩이 안 들었다.
한 사람에 하나씩, 고소하고 맛있었다.
두부도 한 접시 나오고
수육도 나왔는데 돼지고기가 좀 질겼다.
밥에도 콩이 아주 드물게 섞여 있다.
콩요리집이라 두부, 부침개, 콩탕, 이런 것들을 먼저 먹다 보니 배가 불러서
밥은 한 두 숟갈 밖에 못 먹었다. 사위와 아들은 밥그릇을 비웠는데 딸과 손녀
그리고 나, 여자 셋은 밥을 거의 못 먹었다. 많이 아깝다.
상차림에서 보면 모두가 배 부르는 것 뿐이다.
밥은 집에서도 매일 먹는 것이니 뒤로 미루고 콩요리부터 먹다 보니
배가 불러 버렸거든.
모처럼 가족 다섯 명이 함께 해 본 점심식사, 110,000의 음식값에
100만 원어치의 행복이 담겨져 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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