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모여서 함께 걷던 동네 할매들과 오늘은 점심을 같이 먹고
같이 동네 길을 걸었다.
92세를 맏이로 제일 막내가 80세이니 이제는 모두가 팔십대 할매가 되었지만
내가 퇴직 후 20여년간을 새벽에 만나서 같이 걸었던 팀이다.
새벽 5시에 일어 나 6시 까지 한 시간을 걷고 헤어지고도 낮에는 따로
수영장을 가거나 헬스장을 가거나 하는 운동 마니아 같은 우리들이었지만
이제는 새벽에는 밖에 나오지도 않는다.
어쩌다 낮에 마주치면 같이 걷기도 하지만 그 조차도 어렵다.
중국집,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의 음식점이
여기뿐이다. 집 앞에서 길 만 건너면 되는 농수산 시장 안에 있다.
이제 운전면허증을 다 반납 해 버려서 운전하는 사람이 없어 멀리 갈 수가 없다.
여섯명이 탕수육과 유산슬, 그리고 쟁반짜장을 시켰다.
오늘은 우리 동네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정자 씨가 샀다.
그래서 가격은 모름.
밥만 먹고 헤어질 수 없어서 동네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일행들의 뒷 모습이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가고 있는 나무들도 쳐다 보고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그래도 5,000보는 채워야지 하면서 걷는다.
모란도 피었다.
2,000보쯤 걸었을 때 92세 양 언니가 나는 그만하면서 공원 의자에 앉아
버린다. 이렇게 예쁜 길도 이제는 우리를 기운나게 하지는 못하고....
등나무 꽃도 피었다
우리는 결국 4,852보 걷고는 다 의자에 앉아 버렸다.
아무도 더 걸으려고 하질 않는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좀 자주 만나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한다.
한 6개월 만에 만났으니 너무 만나고 싶었다고, 그래 그러자고 대답들은 잘했지만
또 누가 아프거나 하면 몇 달 후에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세월은 이렇게 우리를 어쩔 수 없는 할머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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