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추워질 거라고 한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김치 없이는 살 수 없는데 추워지면 큰일이다 싶어
총각김치라도 미리 담가 볼까 하고 아들에게 "너 오늘 몇 시에 나가니?" 하고
물었더니 10시 넘어서 나간다고 한다. 그럼 요양사 하고 둘이서 총각무 좀
사오라고 했더니 " 나 혼자 가도 되는데요" 한다.
"너는 물건을 잘 모르니 요양사는 나하고 지난번에 총각무 사 온 경험이
있으니 무 고를 줄 알 거다. 같이 가라" 하고 둘을 시장에 보냈다.
총각무를 되도록 푸른 잎이 싱싱하게 붙은 걸로 네 단을 사 오라고 했다.
요양사 혼자서는 총각 무 네 단을 못 들고 올 것 같아서 둘을 보낸 거다.
좀 있으니 의기양양한 두 사람, "지난번에는 한 단에 4,000원 줬는데
2,500원 해서 네 단을 10,000원에 사 왔어요" 한다.
그럴 리가 하고 막상 장 봐 온 총각무를 보니 단이 적다. 그러면 그렇지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남보다 싸게 팔까?
생각보다 양이 적지만 다시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할 수도
없어서 둘에게 시장 가서 다른 가게 보다 쌀 때는 반드시 물건이 나쁘거나
양이 적거나 하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얘기를 해 줬다.
다듬어 놓고 보니 지난번의 세 단 보다도 적다. 무는 싱싱하고 좋다.
67살의 노처녀 요양사, 53 살의 노총각 아들을 시장에 보낸 내가 잘못이지.
이 두 사람 살림을 살아봤어야 알지...
일단 무를 소금에 절여 놓고 찹쌀풀 쑤었다.
찹쌀풀에 새우젓과 참치액젓을 넣고 생강, 마늘, 통깨, 설탕 아주 조금으로
버무렸다. 양이 적지만 그렇다고 혼자 먹을 수는 없고 요양사도 작은 통에
담아서 주었더니 "저는 안 가져가도 되는데요" 한다.
그래도 음식 끝에 비위 상한다는 옛 말도 있는데 기어이 가져가라고 했다.
접시에 담아서 점심에 먹었다. 막 담근 생김치를 내가 좋아해서다.
뜯어 낸 무청은 이렇게 데쳤다. 단은 적지만 잎이 싱싱해서 우거지거리도
이렇게 나왔다.
데친 무청은 이렇게 나누어 담아서 냉동고에 넣었다.
이것도 요양사 두 봉지 주었다.
그래도 이나마 김장이랍시고 해 놓고 나니 마음은 편하다.
배추김치는 딸이 절인 배추를 주문했다고 담가서 한 통 가져다주겠다고 해서
안 담가도 되고 며칠 있다 무 나 두세 개 사다 섞박지나 좀 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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