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가을하늘이었다.
세월 가는 건 아쉽지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건 즐겁다.
이맘때면 도지는 나의 방랑벽, 그러나 이제는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
이 강산 가을 길에
물 마시고 가 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리라
이 강산
도라지꽃 빛 가을 하늘 아래
전원은 풍양과 결실로 익고
빨래는 기어이 백설처럼 바래지고
고추는 태양을 날마다 닮아 간다
---이하 생략---
한하운의 국토편력 이라는 시다.
천형의 병을 앓은 그가 "이제 나보고 병들었다고 성한 사람들이
나를 쫓아 내었다" 는 표현들이 마음 아파서 여기 까지만 소개한다.
어제는 모처럼 산책을 나갔다. 꼭 열흘만이다.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산뜻한 상쾌가 몸속을 파고드는
그런 날씨였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내려 다 본 수리산 쪽이다.
나무들도 색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른 아침을 먹고, 혈압약과 대상포진 약을 먹고, 8시 30분쯤 나가서
열 시쯤 들어오면서 5,800 보를 걸었다.
경자 씨 만나서 추석차례상 얘기를 했다. 이제 세월도 그렇지만 나이들이
많아 음식을 줄일 수 있을 만큼 최대로 줄여서 차례를 겨우 지냈노라고 한다.
우리 집도 경자씨네 집도 차례라는 명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저녁 무렵의 하늘, 먹구름과 노을빛이 섞여 있다.
내일도 날씨가 쨍쨍할 거라는 일기예보에 모아 둔 타월과 행주를
삶아서 널어놓았다. 성당을 어제는 쉬었다. 걸어가기는 힘들고 차를
태워주시는 교우는 추석이라 고향 가서 없다.
나이 먹으니 겁만 늘어서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위험한 짓을 아예 포기부터 한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도 가을은 좋다.
어디를 못 가도 블로그 이웃님들의 여행기로도 즐겁거든.
오늘 재활병원 가는 것으로부터 일상으로의 복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