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9월 1일 오늘부터 가을이다.
에어컨 없이는 잠시도 못 견딜 정도로 덥더니 지금은 선풍기도
틀다 말다 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이렇게 금방 계절이 바뀌는 걸 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
시간 가는 게 아깝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여름아 어서 지나가라고
아우성을 쳐 댔으니 자신이 생각해도 약간 민망스럽다.
하늘이 높고 맑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배롱나무꽃도 이제는 윤기를 잃어 가는 것 같다.
옛 어른들이 배롱나무꽃이 세 번을 피고 지고 하면 햅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더니 이제 이 꽃도 안녕을 고하려는 가 보다.
추석어 멀지 않았으니 햅쌀밥 먹을 일도 멀지 않았으리라.
모처럼 밖에 나가서 5,000 보 가까이 걸었다. 더우니까 실내 자전거만 타고
밖엘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땀은 흘렸지만 그래도 걸을만했다.
바람도 불고 햇살도 옅어졌다.
오늘은 성당엘 못 갔다.
나를 태워서 가는 분이 여행을 가고 아들도 일이 바빠서 태워다 줄 수 없어
미사를 빠졌다. 아직도 시장 안을 지나고 육교를 건너 언덕배기를 올라가야
하는 성당을 혼자서 못 걸어간다.
면허증도 반납해서 운전도 할 수 없는 나, 걸음걸이조차 시원치 않으니 이럴 때
참 고약하다.
딸이 점심에 데리러 왔다. 생선을 집에서 구우면 냄새나고 더우니까
나가서 생선구이 먹고 오자고.
고등어구이는 한 마리에 돌솥밥과 함께 15,000원
갈치구이는 두 토막에 돌솥밥과 함께 19,000 원이다.
생선구이 먹느라 다른 반찬은 거의 안 먹어서 반찬의 맛은 모른다.
돌솥밥이 맛있었다. 나이 먹어가니까 식사의 양도 줄어든다.
전 같으면 혼자 다 먹었는데 이제는 같이 간 사위에게 몇 숟갈 덜어 주고도
배가 불러서 누룽지는 좀 남겼다.
모든 게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가는 게 노화인가 보다.
기를 쓰고 걸으면 성당까지 걸을 수도 있는데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무서워서
못한다. 농수산 시장 안을 통과하려면 간혹 개를 만나기도 하고 자전거도
무질서하고 차량도 아무 데나 대고 그래서 나는 걸어가기가 무서운 거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내게도 이웃님들께도 좋은 달이 되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