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미사가 오늘로 세 번째다.
걸어가기도 애매한 거리일뿐더러 한 시간의 예절 시간을 별 무리 없이
앉았다 섰다 할 수 있을까가 걱정되어 아프고 나서 성당을 못 나가고
있었는데 반장내외분이 자기네가 자동차를 가지고 가니까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선게 오늘로 세 번째 인 것이다.
무릎 꿇는 것 외는 다 따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오늘 신부님 강론이 다른 날 보다 많이 길어서 집에 돌아오니
뻗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점심때는 되었고 밥 차릴 기운도 없어서 아들과 둘이서 모락산 밑
보리밥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보리밥집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바깥에 4인용 식탁이 스무 개가 넘는데
다 손님으로 차서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1인당 10,000원, 요즘 10,000원으로 점심 먹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여기는
10,000원으로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모락산 밑이라 등산객이 많아서인지
아무튼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을 정도다.
우리가 처음 평촌에 입주했을 때는 딱 한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리밥촌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 집이 있다.
참 많이도 먹으며 자랐고 먹기 싫어서 투덜대기도 했던 보리밥을
이제는 건강식이라고 돈 주고 사 먹으러 다니다니,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살아오신다면 아마 저 가시나 미쳤나 하실 거다. ㅎㅎ
보리밥집이 모락산 밑이다 보니 밤나무가 많이 보인다.
밤꽃 특유의 향이 바람에 실려 날아온다.
새벽등산을 하던 시절에는 밤 철에 밤을 제법 많이 주워 오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많이 좀 시끄럽고 종업원들도 성의 없이 대했지만 점심 한 끼
잘 해결했다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나는 동네 길을 3,500보 정도 걸었다.
그리고 이웃들과 편의점에서 비비빅 아이스케이크 한 개씩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