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빌라스는 의왕시 백운호숫가에 지어진 롯데쇼핑몰이다.
너무 넓어 쇼핑하기에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백화점에서는
없는 의자가 많이 놓여있고 또 마당에는 비치파라솔 아래 의자와
탁자를 두어서 고객들이 쉬어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며칠 전 딸이 "엄마 타임빌라스로 쇼핑 가요" 한다.
" 나는 아무것도 살 게 없는데" 하는 내 대답에 "어버이날 우리가
돈으로 드렸잖아요? 뭐든지 사셔야지 그냥 지나가면 표도 안 나고
우리는 선물한 것 같지도 않고요" 하면서 칭얼댄다.
참 대략 난감이다. 나는 솔직히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는데
돈만 받고 아무것도 표 나는 것 안 사면 또 아들 딸이 섭섭 해 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따라나섰다.
마당이다. 저 파라솔 밑이 어버이날을 맞아 특별판매를 하는 곳이기도 하고
또 쉬어 갈 수도 있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가 쇼핑몰이라니, 참 넓고 크네.
분수도 있는데 물줄기가 장난감 같다.
가게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살 게 없다.
넓은 마당 여기저기 꽃들이 심어 져 있길래 꽃구경부터 했다.
딸이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왔다.
간단하게 먹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쇼핑이라도 하자고.
딸과 나, 요양사, 여자 셋이서 점심으로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서
빵은 남겨서 갖고 왔다.
매장이 너무 넓고 가게와 가게 사이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몸 불편한 내가
쇼핑하기에는 편하지가 않다.
에스컬레이터도 계속 타고 올라가야 하고,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는 올라갈 때는
혼자서 스스로, 내려올 때는 요양사나 딸의 손을 잡았다.
등산용 메이커에 가서 여름 모자 하나와 핸드폰 가방 하나를 샀다.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인데 하도 성화를 대니까
체면치례로 당장 걷기 운동할 때 필요한 것 두 가지를 샀다.
요새는 핸드백 드는 것조차 버거워 휴대폰에 카드 한 장 꼽아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여름이 되니 옷이 얇아 호주머니에 넣으면
핸드폰 무게 때문에 옷이 축 쳐지고 하길래 딱 핸드폰 넣고 손수건 한 장
넣으면 맞는 크기의 가방을 샀다.
두 개 값 합쳐봐야 7만 원 조금 넘었을 뿐이니까 딸은 자꾸 옷 가게로 가자고
하는 걸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스타벅스로 갔다.
이 날 따라 하늘이 너무 맑고 고왔다.
나는 스타벅스에 퍼질러 앉아서 기다릴 테니 온 김에 둘이서 쇼핑할 것
있으면 하고 오라고 딸과 요양사는 보내고 나는 마침 원 플라스 원으로
세일하는 디카페인 라테를 마시면서 그 둘을 기다리기로 했다.
요즘 내가 가는 곳은 병원뿐이고, 만나는 사람이라야 우리 아파트의 성당
교우들과 우리 동네로 날 만나러 오는 친구 몇 정도라 새 옷이 필요가 없다.
있는 옷과 신발도 처치곤란이라 탐내는 사람 만나면 선뜻 줘 버리고 마는데
딸은 어버이날이나 생일날 내게 봉투를 주고 나면 반드시 쇼핑몰로 데리고
간다. 엄마 이것 사세요, 저것 사세요 하면서.
그래서 마지못해 받은 돈의 아주 일부만 지금처럼 모자나 가방 같은 소품을
산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딸의 말처럼 흐지부지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써 버린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고맙고 고맙다.
자식이 아니면 누가 나더러 이렇게 할까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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