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이 얼굴 한번 보자고 꼭 한번 모이자고 한 날이 바로 어제였다.
날씨는 정말 덥고도 더운 날이었지만 이것저것 다 빼면 죽은 후에나 만나게 된다고
기어이 보자고 예약해 놓은 음식점으로 오라고 했다.
마침 아들이 집에 있어서 운전을 해 주어서 편안하게 사당역 부근의 음식점으로
갔다. 11시 30분 약속에 11시 25분에 도착했는데도 친구들 여섯이 다 와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들어가서 기다리지 밖에 있었느냐고 하니 다 모여서 한꺼번에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두 시간이니 두 시간 되면 무조건 자리를 비워줘야 된다고 한다.
막상 들어가 보니 빈자리도 꽤 많은데 들어와서 앉아서 기다리게 하지 밖에다
세워 놓는지 좀 괘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집 장사스타일이거니 하고 통과 오라잇.
샤부샤부집이다. 음식은 풍족하게 가져다 먹을 수도 있고 괜찮은데 내 입에는
너무 달다. 피자나 떡볶이가 단건 이해하겠는데 굵은 가락국수를 삶아서 비벼 놓은 것
까지 달다.
시중 입맛의 흐름이 단짠이 데세이니 어쩔 수 없지.
음식이야 입에 맞거나 말거나 우리는 그간 밀린 이야기에 바쁘다.
옥남이는 이제 그 좋아하던 골프도 접었다면서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그리고 치매 초기인 영자는 했던 말 하고 또 한다.
얼핏 보면 정상 같은데 길을 못 찾아서 다른 친구가 가서 데리고 오는데 이 친구도
귀가 전혀 안 들리는데 그래도 정신이 멀쩡하니까 영자를 집에 까지 가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늙는다는 건 사람을 참 비참하게 만든다는 사실, 나까지 모인 일곱 명이 제대로
성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칠십 대 중반까지 우리는 함께 여행도 하고 모이면 밥 먹고 뒤풀이로 노래방도
가고 영화관도 갔었다.
그래도 코로나 전 까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얼굴 보고 살았는데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니
너무나 달라져 동창회의 정기모임은 없어져 버렸고 친했던 몇몇만 어쩌다가 이렇게
한 번씩 얼굴이나 본다.
집에서 나갈 때 파라솔 하나, 모자 두 개를 가지고 나갔다.
파라솔은 선물로 받은 것이고 모자는 내가 산 건데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필요한
친구에게 줄려고 갖고 나갔는데 서로 가지겠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요즘은 지인들이 집에 오면 탐 나는 것 있으면 가져가라고 하고 많이 줘 버린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은 후에 본 하늘이다.
요즘 하늘이 곱다.
밤에는 달도 보이고.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도 약간 붓고
아프다. 블로그를 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블로그조차 접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다행히 운영자께서 맞구독자의 새 글을 피드에 뜨게 해 주어서 매일 일일이
다 방문하던걸 새 글이 뜨는 구독자에게만 가니까 많이 편해지고 시간도 단축되었다.
운영자님. 고맙습니다.
오늘은 새벽 댓바람부터 에어컨을 켜 놓고 있다.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친구들아, 그래도 살아 있으니 좋은 거다.
더 아프지 말고 추석 지나면 또 한 번 보자.
우리는 서로를 쓰다듬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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