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성당 반 모임을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 달에 두 번씩 매 화요일에 각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장소를 제공받아 모임을 가졌었다.
앞 집, 옆 집으로 사는 반원들끼리의 오붓한 모임이라 함께 성지순례도 다니고
성당 청소도 다니고 밥도 먹으러 다니며 꽤 활발하게 모임을 가졌었는데
코로나가 지나가면서 많은 게 변해 버렸다.
나 보다 나이 더 드신 분들은 돌아가시거나 거동이 아주 불편해져 버리고
아주 젊은 엄마들은 맞벌이로 바쁘고 해서 열 명쯤 되던 반원이 네 명으로
줄어 버렸다.
그리고 그 남은 인원들도 남편들이 그 간에 퇴직을 하고 집에 있으니 선뜻
자기 집에서 모이자는 대답을 못 한다.
나 역시 아들이 거의 집에 있으니 또 그렇고....
이런 어려움을 아시는 신부님께서 장소가 마땅하지 않은 반은 성당으로 와서
모임을 하라고 성당의 작은 방들을 개방해 주셨다.
우리 반 3명, 옆 반 3명, 두 반 햡쳐 여섯 명이 모였다.
한 시간 정도의 찬양과 기도가 끝나고 오늘은 아무래도 내가 나잇값을 해야 될 것
같아서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내가 살 테니 무얼 먹겠느냐고 물었더니 돈카스를 먹겠다는 의외의 대답들이다.
백운호수에 잘하는 집이 있다면서.
내가 아무리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튀김음식을 삼가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지만
어쩌다 한 번인데 뭐 설마 죽기야 하려고 하는 개똥철학을 믿는 마음에 좋다고 했다. ㅎㅎ
성당의 신도들도 많이 줄었다.
우리 집 역시 가족 모두가 다 영세을 받았지만 나 혼자 가족대표로 다니듯이 젊은 사람들은
종교에 관심이 없다.
먹고살기 바쁘기도 하고 종교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아서 인지 나이 많은 사람들만 많아지고 있다.
점심 먹고 돌아오면서 본 하늘이다.
이제 장마가 끝나려나?
어느새 기상청이 되어 버린 내 몸도 한결 견디기가 수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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