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활병원 안 가는 날.
아침 7시쯤 요양사가 일찍 집에 왔다.
더우면 운동하기 힘드니 혈압약만 먹고 얼른 나가자고 누워 있는 나를 깨운다.
고마운데도 약간 귀찮은 마음으로 일어나서 손수건 챙기고 혈압 약 먹고
반 바지에 반 팔 티셔츠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약간 구름 낀 하늘이지만 다른 날 보다 좀 선선하다.
게으름 피우고 싶어 하는 나를 달래 주는 백합 한 송이가 무척 반갑다.
흰색 꽃은 왠지 고결하고 깨끗해 보인다.
누워 있을 때와 달리 컨디션이 좋다.
허리도 안 아프고 걸음도 잘 걸어진다.
오늘은 5,000 보 채우기가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보이는 계단마다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걷는다.
올라갈 때는 아무것에도 의지 안 하고 혼자서 거뜬히, 내려올 때는 요양사와 다정하게
손 잡고 내려온다.
하루하루는 진전이 없는 것 같아도 한 달 전과 비교 해 보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아침부터 무슨 줄일까?
모두 장바구니 같은 걸 들고 서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 호기심 많은 나는 슬금슬금 다가가 본다.
농가에서 농사 지은 채소를 트럭에 싣고 팔러와 있고 줄은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오이 얼마예요? 다섯 개 2,000원
가지 얼마예요? 한 개 1,000 원
부추 얼마에요? 필요한 만큼 봉지에 담으면 저울에 달아서 계산
청양고추 얼마에요? 고추도 필요한 만큼 봉지에 담으면 저울에 달아서 계산
양파 얼마에요? 필요한 만큼 봉지에 담으면 저울에 달아서 계산
나도 요양사와 함께 주섬 주섬 골라서 봉지에 넣었다.
우와, 역시 채소는 싸다.
9,500원에 오이 다섯 개, 가지 네 개, 양파 두 개, 부추 한 봉지, 청양고추 조금.
요양사가 들고 오면서 무겁다고 한다. 9.500원어치가 무거울 정도로 많다니
새삼 채소를 싸게 먹도록 농사 지어 주시는 농민이 고맙게 느껴진다.
휴대폰을 보니 5,208보 걸었다고 나온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마다 올라가서 100번씩 하고는 내려와서 집으로 향했다.
워낙 일찍 서둘러서 집에 와도 9시밖에 안 되었다.
진심으로 나를 배려해 주는 요양사도 고맙고, 아침부터 즐거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