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빛의 속도로 달리는 것 같다.
어느새 2023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나머지 절반의 시작을 알리는
7월이다.
이육사 시인은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했는데, 어디쯤서는
청포도도 익어 갈 것이고 연꽃도 피어나고 있을 것이지만 나는 오늘도
동네만 뱅뱅 돌며 5,000 보를 채우기 위하여 땀깨나 쏟고 있다.
며칠 만에 날씨가 좋다.
빨래 돌려서 널어놓고, 창문도 활짝 열어 놓고 9시쯤 걸으러 나갔는데도 너무 덥다.
금방 손수건이 땀에 젖는다.
5,000 보를 걷고 공원에 있는 기구로 운동 좀 하고 나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유난히 더위를 못 견디는 나, 요양사는 긴 팔에 긴 바지를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는 반 팔에 반 바지를 입고도 더워서 쩔쩔맨다.
그저 마음속으로 여름아 어서 가라고 외치며 연신 땀을 닦는다.
오늘은 여경 창설 기념일이다.
우리나라 여자 경찰의 시초는 미 군정청 경무부장이었던 조병옥 박사께서 1946,7,1
여성 피의자의 신체수색등 여성 권익보호와 청소년 업무에 여자경찰이 필요하다고 판단,
경무부 공안국에 여자 경찰과 라는 기구를 둔 것이 그 효시로, 1946, 7, 16에 간부 15명
비간부 54명이 선발되어 2개월간의 교육 후 최초로 여경 업무를 시작하였다.
그 후 발전을 거듭, 지금은 16,675명의 여경이 전국 각 지역에서 남성 경찰들과
어깨를 겨누며 모든 분야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어제 간단한 자축 모임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연지 곤지 찍고 분 바르고 나도 참석을 했다.
지팡이를 안 가지고 갔기에 조심하느라 케이크 절단이나 사진 찍을 때도 나는 그냥 얌전히
자리에 앉아먄 있었다.
77년의 여경의 역사 속에 40년의 나의 경찰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때의 우리는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양성평등을 위한 싸움 아닌 싸움도 처절하게 했다.
보직과 승진의 평등을 얻기 위하여 여성단체와 힘을 합쳐 참 많이 투쟁도 했다.
물론 시대도 달라졌지만 지금은 지방경찰청장을 비롯, 경찰서장도 여경이 많이 맡고
있으며 남 여의 차별도 거의 없어졌다.
퇴직한 지도 어느새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도 경찰을
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 경찰에 애정이 깊다.
16,675 명의 여성 경찰 후배들의 질적 향상이나 숫자적 향상을 위해 이런 모임을 하면서 우리는 힘을 보태고 있다.
7월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 주일에 세 번씩 재활병원으로 재활운동을 가는 외 특별히 잡힌 계획 하나, 호암미술관으로
김환기전을 보러 갈 것이다.
나를 위해 애쓰는 요양보호사와 딸을 위하여 예약을 해 두었다.
아들은 전시회 구경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빼고.
실내이고 천천히 관람해야 할 것이니까 워커를 가지고 갈려고 창고에서 꺼내 놓았다.
달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는 생활이자만 그래도 덜 아프고 좀 더 잘 걸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웃님들에게도 편안하고 행복한 7월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