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로 접어드니 컨디션이 난조다. 몸 여기저기가 난리도 아니다.
나이 들면 내 몸이 곧 기상대라고 하더니 용케도 흐린 날을 몸이 알아내고
마구 들쑤신다.
밤 새 끙끙대다 새벽에 일어 나 살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경험상 몸이 이럴 때는 조금이라도 걸어 주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한결
좋아 지거든.
조금만 걷고 들어 갈 요량으로 능소화가 피기 시작하는 우리 아파트 마당을 지나
산책로로 접어드는데 마스크에 모자 쓰고 선글라스까지 쓴 여인네가 나를 보고
뛰어 온다.
분명 아는 사람은 아닌데, "왜 혼자 나왔어요" 하고 말을 건다. 힐난조로.
순간 뭐라고 대답할 말을 못 찾아 머뭇거리다 그 여인을 지나쳐서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옛 말에 마음 좋은 과부는 동네 시어머니가 열명이라고 하더니....
정말 웃기는 게 내가 아들과 같이 나가면 "아줌마 나는 어디 갔어요" 하고 묻고
요양보호사 하고 같이 나가면 또 "아들은 어디 갔어요" 하고 묻는다.
심지어 어떤 할아버지는 "멀쩡한데 왜 따라다니느냐"라고 아들을 불러 나무라기
까지 했다.
그냥 인사만 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그건 내 바람일 뿐, 사람들은 참 말도 많고 남의 일에 궁금한 것도 많다.
옛 어른들이 삼 년 가뭄에도 사흘 장마는 싫다고 하더니 정말 장마철은 싫다.
웃어 넘길 일에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말 한마디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마늘이나 까자.
요양 보호사와 둘이서 오전 내내 마늘 한 접을 놓고 씨름했다.
블로그 이웃이신 노당님네서 산 홍산마늘이다.
이 품종은 농업진흥청에서 새롭게 개발한 순 우리 기술의 마늘로 로열티를 안 물어도
되고 육질도 좋고 맛도 더 좋다는 홍산마늘인데 또 노당님이 워낙 깨끗하게 농사를
짓는 분이라 나는 이 댁에서 마늘, 고추, 들깨를 해마다 사는데 품질도 좋고
농약도 덜 쓰고 깨끗하다.
깐 마늘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커트기에 갈아서 이렇게 병에 담았다.
한 접인데 이런 병으로 스물다섯 병이다.
우리 집 일 년 농사다.
이렇게 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 놓고 나니 마음이 너무 가볍고 좋다.
노당님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6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재활병원에서 재활운동을 한 지도 1년이 되었다.
그간 많은 발전을 했지만 병원은 계속 더 다니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병원 가는 날이 지겹지 않고 즐거운 거다.
병원에서의 2시간의 재활운동이 요즘의 내 삶의 위안이며 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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