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한 지 20년 가까이 된다. 바쁜 경찰생활에서 퇴직을
하고 나니 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했다.
처음 며칠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양치만 하고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했다. 시간에 얽매이지도 않고 무전기의 소음을 안 들어도 되고,
혹 관할에
사건이 생길까 신경
안 써도 되고, 이런
세상도 있는가 싶었다.
40년이 가까운 세월을 나는 대한민국
경찰이었다.
전공과는 얼토당토않은 직업이었지만 나는
경찰을 사랑했고 그 일이 좋았다.
그 무렵 블로그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선블로그, 처음에는
눈팅만 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여행기 위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꽤 인기 있는 블로거가 되었다. 그때의 조선일보는 그날그날
인기 있는 블로그 글들을 신문지면에 소개해 주었기 때문에
신문독자들이 블로그
독자가 되어 주기도 했다. 주로 해외에 계시는 분들이
내 글을 많이 읽어 주셨다.
그러다가 2015년 조선블로그를 비롯하여 신문사 블로그가 다 없어졌다.
우리는 난민이 되어 뿔뿔이 흩어지면서 나는 다음으로 해서
티스토리로 왔다.
글을 매일 쓰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한 두 편 정도로 요즘은
거의 생활일기를 쓰고
있다.
지난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블로그를
접지 않은 건 여기에서나마 내가 살아가는 발자취를
남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치매예방용이기도
하고.
때때로 내가 죽은 후
이 블로그는 어찌 될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죽기 직전에 다 삭제를
하나, 아니면 그냥 놔두나 하고.
욕심인지 집착인지
옛 조선블로그나
다음블로그 글들을
다 끌고 왔지만 솔직히
나 자신도 지난 글을
읽지 않는다.
읽을거리의 홍수 속에서 내 글을
누가 읽어줄 거라고
끌어안고 있는지 모르겠다.
편지를 없앴다.
일기장들을 없앴다.
사진은 정리 중이다.
그러면 블로그의 글들은?
이런 갈등을 겪으면서도 나는 또
시답지도 않은 글들을
쓸 것이다. 살아 있으니까, 블로그 이웃과의 주고받는
댓글로 많은 위안을
받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블로그는 내
삶을 지탱해 주는
활력소이면서 일기장이기도 하고
치매예방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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