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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못 말리는 내 친구들

by 데레사^^ 2023. 2. 5.

고등학교 동창 몇 명이서
우리 동네로 날 보러 왔다.
코로나 때문에 못 보고 내가 아파서 못 본 세월이 어느새 3 년이라고, 이러다
얼굴도 못 보고 죽는다고
기를 쓰고 우리 동네까지 온
친구들이 고맙다.

모인 곳은 음식점,  먹으면서
떠들고 노는 게 제일 편할 것
같아서다.

파파 할머니가 되어버린
친구들이다.

화양연화 시절은 놔두고
70대 때만 해도 세계가 좁다고 할 만큼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영순이가
올 해부터 운전을 안 하는 것을 끝으로 모두 지하철 애용자가 되어 버렸다.


음식은 한식,   우아하게 칼질하는 걸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누구도 양식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소화가
안된다고.

불고기와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나오고

쌈 채소가 나왔다.

이건 황태 무 조림

미역국에 즉석솥밥

이제 우리는 이렇게 먹어야만
속이 편한 완전 토종할머니다

나까지 일곱 명, 두 명만
영감님이 계시고 다섯 명은
솔로다.  물론 돌싱은 없고.

영순이는 남편을 월남전에서
잃었고  나머지 네 명의 남편들은 병으로...
묘한 게 같이 해로하는 친구들이  솔로들을 부러워
한다는 사실이다.
90 가까운 영감님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고, 밥때마다
국과 찌개는 꼭 있어야 되고
빨래하려면 절대로 입은 옷을 안 벗으려 해서 실랑이를
해야 되고,  산신령 될 것도
아니면서 수염을 길러서 더러워 죽겠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래서 그럼 죽기를 바라니
하고 물으면 큰일 날 소리
한다고 난리 난리거든.
참 못 말리는 할머니들이다.

나는 요양원은 절대로 안 갈 거야.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은 했지?
운전면허증 반납하고 돈 받았어 10 만원.
나는 밥 안 하고 사는 게 소원이다.
국희가 파킨슨이래.
오늘 밥값은 내가 낼께.
뭐라고? 나도 밥값 내고 싶다.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할머니 냄새가
팍팍 묻어난다.
ㅎㅎㅎ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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