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주여중고를 함께 다녔던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달 9일 (우리가 9회 졸업생)에 만났었는데
코로나로 못 만나다가 작년 11월에 한번 만나고는 이번이 두번째다.
1년을 못 본 친구도 있고 2년을 못 본 친구도 있다.
그런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백신접종자들은 열명까지도 만날수
있다고 해서 만나자고 연락이 온거다.
열명이 넘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드니 식당에서 알아서 자리배정을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나온 사람이 나를 포함 달랑 세명뿐이다.
수술날자가 잡혔다는 친구, 귀찮아서 이제 못 나가겠다는 친구, 병원가는날이라서
어쩔수 없이 빠진다는 친구, 남편이 많이 아파등등.....
이게 80대에 들어 선 내 친구들의 현주소다.
늘 만나던 우이동의 서당골에서 코다리우거지찜을 시켰다.
우리끼리 이것 저것 다 먹어볼까 해도 나이 들면서 자연적으로 줄어 든
양 때문에 다른건 더 못 시키고. ㅎㅎ
음식점은 장소를 그 부근으로 이전을 했고 산채나물 중심이던 반찬도
이렇게 간소하게 바뀌어 버렸다. 간판은 옛 그 집 간판인데 주인도 종업원도
아는 얼굴이 한 사람도 없다. 이름만 빌렸나 싶다.
다들 몸 아픈게 못 오는 이유였는데 딱 한 사람, 영숙이만 일하러 가는날이라
못온다고 한다. 무슨 일 하느냐니까 복지관 카페에 상시고용 일자리가 생겼다고
한다. 팔십대에도 건강해서 돈 벌러 다니는 영숙이를 위해 내년 봄에 다시 만날때는
주말로 약속하자고 정했다.
20여년전 퇴직을 하고 처음 동창 모임에 나왔을때는 30명이 넘었다.
모두 서울로 다 올라와서 사느냐고 웃으면서 농담까지 했었는데 자식들
결혼 끝내고 부터는 모이는 인원이 줄기 시작하드니 코로나 직전까지
열서너명이 나왔을 정도로 확 줄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달랑 세 명, 모여진 회비는 마지막 남는 사람이 가지자고
서글픈 농담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밥만 먹고는 커피숍도 안 가고
그냥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직은 조금 남아있는 우리아파트 마당의 단풍구경을 한다.
딸이 오는 금요일까지는 그대로 좀 있어 달라는 주문을 해보면서.
쓸쓸해진 우리들의 산책로, 꼭 80대 우리들의 신세같아 보인다.
그래도 나무들은 내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집으로 들어 와 앞 베란다로 나가서 비 내리는 길거리를 본다.
아직은 단풍이 볼만하네
뒷 베란다에서 찍은 우리 아파트 앞 마당이다. 단풍이 많이 져 버렸다.
이곳 평촌으로 이사 온지도 2년만 있으면 30년이다. 그 사이 나무들이 많이
자랐고 나는 많이 늙어 버렸다. 고등학교를 전학을 해서 두 곳을 다녔기 때문에
경주여중고 모임말고 부산여중고 모임도 있다. 이 모임은 5일 모임인데 이번에
한번 모일까 했는데 회장이 어깨 수술을 해서 병원에 누워있다고 연말에나 한번
보자고 하는데, 그 친구들은 또 몇명이나 볼 수 있을런지....
나이 이기는 장사없다. 항우장사도 나이는 못 속인다가 내 나이가 어때서 보다
더 진실인것 같게만 느껴지는 오늘, 쓸쓸하고 허무하다.
그래도 내일이면 나는 또 덜 아프게 살기 위하여 부지런히 걸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