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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할머니 천국

by 데레사^^ 2021. 5. 22.

노인정이 코로나로 문을 닫은 후  동네공원에  나가보면  안 보이던  노인들이 많다.

할아버지들은  어쩌다  한 두분,   모두가  할머니들이다.

평균수명이  여자가  남자보다  길다 보니  이렇게 할머니천국이 되어 버린거다.

 

나이 먹었다는건  때로는  편리하기도 하다.

낯선 사람과의 이야기에 스스럼이  없어지고  누구든  옆자리에 앉으면  얘기를 주고 받는다.

가족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미국 대통령 바이든에 이르기 까지  끝도 없다.

바이든 얼굴에  주름 좀  폈으면 하는  이야기에서 부터 트럼프때 보다  얘기거리가 없다는등

희안한  논리들로  주저리 주저리 말도 많다.  물론  나도 한몫하고.   ㅎㅎ

 

우리동네  평촌신도시도  곧  입주 30년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 노인인구가  많다.

나도  쉰이 조금 넘은  나이로  여기로 이사 왔는데  어느새  팔십이 넘어 버렸으니  세월같이

빠른것도  없다라는  진리앞에  몸서리가 쳐진다.

 

요즘  공원의 할머니들의 화제는 아무래도 백신이야기가 많다.

당신은 맞았느냐?   아팠느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맞은쪽  팔만  약간 뻐근했어 라고

떠드는 75세 이상의  할머니들.

우리 동네는  2차 접종까지  다 끝났다.  

 

그런데  74세 이하의  사람들은  화이자가 아니고 말썽많고 탈많은  아스트라 제네카라서

맞을까 말까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런 경우,  당사자 아닌 남들은  뭐라고 대답하기가

참 곤란하다.  맞으라고도  맞지말라고도  못한다.

그냥  들어주기만 한다.

 

자식들중  큰 사위가 60세로  이번에  아스트라 제네카를 맞는다.

사위는 말한다.  차례가 왔으니  맞는다고.

아무래도  토요일에 맞아야  일요일 쉴수가  있다고  6월 둘째 주  토요일로  신청했다고 한다.

 

태국에 있는  둘째 사위와 딸은  회사자체로  6월초에  아스트라 제네카 태국산으로 맞는다고 한다.

태국이  코로나 청정국같드니  요즘은  난리가 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코로나는  절대 자랑할거리가  못되는것  같다.  대만도 싱가폴도  베트남도

요즘 갑자기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걸 보면.

 

그래도 아파트안에 공원이 있어서  코로나의 시국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겁내지 않고 다니고 싶은곳을  다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들은

더 조심을 하게된다.  혹시 나 때문에  자식들에게  무슨일이 생긴다면...  하는  걱정때문에

그저 동네길 걷기나  하고  공원에서 수다나 떤다.

 

그러면서  말한다.

내가 만약  어디를 갔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병 걸려서 아픈것도  문제지만  자식들의

지청구를  어떻게  견디겠느냐고.

 

코로나로 실업자가 되고 나서 부엌을 차지해 버린  우리 아들도  잔소리가 심심찮다.

어떤때 보면  내 아들이 아니고 내 시아버지같거든.

밥 흘리지 말라에서 부터  밥 그릇은 치우지말고 그 자리에 그냥 둬라,  다리꼬지 마라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그러면서  나를 절대로 부엌에  못 들어오게 하는데  아들의 음식이  맛이 없다.

맛이 없어도 있는척 해야  눈총을  안 주니까  그것도  참 힘들긴 하다.

 

어서 어서  백신맞고  지구촌이  다 집단면역이 생겨야  우리 아들도  다시 일을 할수

있을텐데  그래야  나도 잔소리 안 듣고 살텐데....

 

 

 

다시 동네 할머니들 얘기.

요즘은  용돈 부족한  할머니들이  없다.   자기명의의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노인수당이

30만원 나오니까  그걸로도  궁색하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동네 야구르트  아줌마는  할머니들 모여있는 곳으로만  찾아든다.

할머니들이  2,000원짜리  장에 좋은 야구르트를  사서 나누어 먹기를  잘하니까.

나도  총기 하나는 기 막히게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갑자기  그 야구르트 이름이 생각 안나네.

2,000원이라는 값만 생각나고.ㅎㅎ

 

 

 

봄날이  저문다.   내 인생도 저물어 가고.

그래도  동네에 공원이 있고,  같이 수다 떨수 있는  할머니들이  있고

2,000원짜리 야구르트를 한 턱 낼수 있는  경제력(?)도  있으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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