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이 아침에 딱히 나갈 일도 없는데 비 내리는게 성가시게 느껴진다.
아들은 며칠 날씨가 안 좋을거라고 빨래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는
나간다. 어디를 가느냐니까 아무리 백수의 처지라도 갈 곳이 있다면서
등산베낭 매고 휘익 나가버린다.
설마 비 맞고 등산?
비를 맞든가 말든가 반백의 아들 걱정은 왜 하지?
2주전쯤의 산 모습이다.
군포의 한 야산기슭에 이름난 빵집이 있어서 빵사러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
그새 저 벚꽃들도 초록의 이파리들로 바뀌었을테지.
우리집은 외곽에 있다보니 조금만 나가면 시골같은 풍경을 볼수있다.
그리고 마당이 예쁜 음식점들이 꽤 있다.
이 빵집도 마당이 공원못지않게 정원수도 많고 꽃도 많다.
그런데 봄에는 꽃은 별로 없고 대신 나무가 푸르르다. 가을에는 꽃이었는데.
돌단풍이 꽃피었네.
기왕에 빵 사러 왔으니 좀 걷자 하면서 가마니가 깔린 길을 걷는다.
소나무들이 하나 하나 예사롭지 않다. 손길이 많이 간듯.
어제는 코로나이후 처음으로 백화점엘 갔다. 딸과 함께.
곧 어버이날, 봉투를 아들과 딸이 미리 내어놓으면서 내게 숙제를 내 준다.
절대 이 돈으로는 살림에 보태지 말고 옷이나 신발이나 그런걸 사란다.
이제 옷은 더 이상 안 사겠다고 저녁마다 맹세를 하는데 그 맹세도 간곳없이
여름용 바람막이 점퍼, 바바리코트, 티셔츠, 그리고 신발.
몇십만원을 써 버렸다. 보복성 소비심리라고 하드니 나도 그 대열에 끼였나 보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후회, 또 후회.
마당을 다 돌아도 꽃은 돌단풍뿐, 나무들만 무성하다.
언제인가 TV에서 부모님 돌아가신후 정리에 대해서 말하는데
제일 어려운게 옷 처리라고 하는걸 들었다. 하다 하다 힘들어서 업자를
불러서 맡겼다고.
그래서 나도 몇년전 부터 정리모드로 들어가서 편지, 일기장 이런건 다 정리를 했다.
옷과 신발도 잘 입지 않는건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 주었는데, 그러면서 다시는
안 산다고 맹세를 했는데 또 저질러 버렸으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백화점으로 나를 꼬셔서 데려 간 딸에게 넌짓이 이 말을 했드니
"엄마, 그러면 무슨 재미로 살려고요?" 이것도 좋다, 저것도 예쁘네 하면서
나에게 돈을 쓰게 만든다. 엄마가 안 사면 앞으로는 돈 안드린다는 엄포와
공갈까지 해 대면서.
솔직히 요새는 새 옷, 새 신발 사봤자 입고 신고 갈 곳도 없다.
기껏 동네걷기나 하는데 새 옷 샀다고 자랑질 할 수도 없고.
그러나 날씨가 좋았으면 새 옷, 새 신을 신고 안과라도 다녀올텐데 그것도
비가 오니 걸렀다.
두 달에 한번씩 가는 안과검진일인데 비는 꾸준히 내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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