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릴거라고, 그것도 대설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었다.
펑펑 내려서 나뭇가지 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놓으면
나는 사진찍기 바쁠거고 동네 아이들은 눈사람 만들기에 신이날거라는
꿈을 꾸며 잠자리에 들었었다.
새벽에 눈 뜨자 마자 휴대폰을 집어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아, 눈이다.
그런데 대설은 커녕 진눈깨비다. 눈인가 싶었는데 금방 비로 바뀌어 버린다.
실망, 대 실망이다.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도로쪽 모습, 길이 질척거리게 생겼다.
나가 볼려던 생각은 접고 다시 뒷 베란다, 아파트 마당이 보이는 쪽으로
가 보았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위에만 눈이 조금 있을뿐, 마당은 다 녹아 버렸다.
가운데 아파트 보다 낮은 건물이 문 닫아버린 내가 다니는 문화센터다.
우리 아파트 정문과 붙어 있어서 참 편하게 이용했는데 이제는 그림의 떡이다.
코로나에게 제대로 뺏겨 버렸다.
이 문화센터에서 중국어와 헬스를 했었다.
중국어는 1주일에 두 번, 헬스는 매일 오후에 갔었는데, 이제는 수강료조차
다 돌려 주었으니 언제 다시 문을 열지는 코로나에게 물어봐야 안다.
집 앞 농수산물 시장의 지붕이다. 그냥 흰 물감을 연하게 들인것 같이 보일뿐이다.
눈이 내리고 얼어붙으면 걷기 운동도 못할텐데도 첫 눈은 왜 기다려지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마음은 장미꽃밭 같은 젊음이 있어서 일까?
코로나로 지칠대로 지치고 우울해 있는 요즘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마음의 치유가 되었을것 같아서 일까?
조금 내리다가 비로 변해버린 눈, 우리동네 어디에도 눈 쌓인 곳이 없어서
미끄럽지도 않고 좋은데 왜 이리 심기가 투덜모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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