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날이 흐리길래 이때다 싶어 연꽃구경을 나섰다.
연꽃을 보려면 그늘이 없기 때문에 날씨가 좋을때는 힘들어서
비온 뒷날을 기다렸다 갔드니 아뿔사 그만 너무 늦어 버렸다.
해마다 연꽃구경은 세미원이나 관곡지로 갔었는데 올 해는 복잡한
곳을 피해서 왕송호수 부근에 있는 초평동 연꽃단지로 갔드니
이미 꽃은 반 이상 져버려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주말인데도 이 곳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
꽃이 져버린것을 아는것인지 아니면 이 곳이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인지는
모르지만 호젓한 논둑길을 마음놓고 걸을 수 있어서 그건 아주 대만족이다.
별로 넓지 않은 곳이지만 꽃은 색깔별로 심어져 있었다.
맨 앞쪽에는 분홍의 연꽃이, 가운데는 붉은 연꽃이, 그리고
뒷쪽에는 백련이....
저 논둑길을 활개치며 걸어 다녔다.
연꽃보다 연밥이 더 많지만 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도 있고...
연잎이 참 실해 보인다.
어릴적 비 오는날 저 연잎을 따서 우산처럼 쓰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가운데 연꽃은 왜 밑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워서 처져 버렸을까? 아니면 저런 종류일까?
우리 말고 저기 보이는 빨간조끼 입은 아주머니와 그분의
남편뿐이다.
저 두분은 큰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이 길을 걸으며 연꽃도 보고 한참 자라는 벼도 보고..
이번 비가 해갈이 되었는지 논에 심어놓은 벼가 싱싱해 보인다.
7월 중순쯤 왔으면 좋았을걸... 7월 하순의 연꽃은
거의 다 져버리는구나.
모든게 그렇다.
때를 맞춘다는게 참 어렵다.
작년에 관곡지에 갔을때는 너무 일러서 꽃이 덜 피었드니
올해는 또 너무 늦어서 이렇게 반 이상 져 버렸다.
그래도 기분은 완전 좋다.
한적한 논둑길을 네 활개를 쳐가며 실컷 걸었으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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