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남자, 세사람의 여자가 소풍을 갔다.
넷은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런데 세 사람의 여자중의 한명은 한 사람의 남자의 부인이다.
그 둘은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면서 부부, 나머지 두 여자는
그 부부의 친구.
이렇게 표현하고 보니 좀 우습지만 우리 넷은 해마다 피서를
함께 갔는데 올 해는 어쩌다가 보니 피서도 못 떠나고 어제 토요일
당일치기 소풍을 떠났던것이다.
여자 세명에 남자 한명이니 당연히 운전은 남자의 몫.
여자 셋은 모처럼의 바깥나들이에 그저 신이나서 차 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과자도 먹으며 즐겁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고운데 점심 한 끼를 먹고 오드래도
경치좋은 외곽으로 나가는게 좋아서...
고기리로 들어가는 입구쯤 들판에 헬로 오드리란 간판이
보였다. 파스타집이다.
부부인 친구는 둘 다 파스타를 안 먹어봤다고 한다. 한식집엘
가자는걸 이런 음식도 한번 먹어보고 죽어야지 하면서 내가
억지로 데리고 들어 갔다.
부인되는 친구가 한사코 자기것은 시키지 말랜다.
아무래도 못 먹을것 같다고.
그래서 토마토 스파케티 3인분과 샐러드를 시켰다.
샐러드도 발사믹식초에 올리브오일 소스를 뿌려 나오니까
느끼해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조금만 먹는다.
식전 빵은 둘 다 맛있게 먹었는데
파스타는 면은 조금만 먹고 해물 몇점만 건져 먹는다. 참내.
모처럼 내가 친구들에게 맛있는 점심 한번 샀는데 영 아니올씨다다.
덕분에 나와 다른 한 친구만 배터지게 먹었다.
점심먹고 나와서 어디로 갈까? 물었드니 그냥 달려 보다
돗자리 펼만한 장소 만나면 그곳에서 놀자고 한다.
고기리 구석구석을 돌다 보니 계곡은 음식점들이 다 자기집 정원처럼
막아놓아서 음식점을 거치지 않고는 들어 갈 수가 없다.
약간 신경질이 날려고 하던 참에 발견한 잔디밭, 나무가 있어서
그늘도 꽤 짙은 곳이라 환호를 지르며 돗자리를 폈다.
밤나무도 있고 단풍나무도 있고 소나무도 있는 잔디밭,
공원은 아닌데 공원처럼 다듬어져 있다.
꼭 우리가 오기를 기다린듯..... 꿈보다 해몽이 좋다. ㅋㅋ
들깨가 자라고 있다.
우리는 돗자리에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먼 먼 옛날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 간다.
부부친구중 부인인 성자네는 센베이공장을 했었다.
성자가 이따금씩 학교에 들고 오는 센베이와 누가, 비가.... 이런
과자들은 어린 우리를 행복의 나라로 데려다 주곤 했었지.
센베이공장 사장 아버지를 둔 성자는 초등학교 때 뿐만 아니라
중학교때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성자의 신랑이 된 정식이는 별 특징은 없었지만 똘망똘망한 예쁜 얼굴에
공부도 곧잘 했었고, 나 빼고 다른 여자인 화자는 3년전에 위암수술을
했지만 건강하다.
해질녘까지 우리들의 소풍은 계속 되었다.
네잎 크로버도 하나 찾아서 핸드백에 고히 넣었다.
역시 친구는 오랜 친구가 좋다.
어릴적 부터 같이 자라고 같이 공부하고 또 지금은 서울근교에서
살면서 자주 만나다 보니 참으로 편안하고 흉허물이 없다.
정식이는 따지고 보면 친구의 남편이지만 우리는 초등하교 동창이니까
그냥 이름을 부른다.
70대의 노인이 아니고 이 친구들과 만나면 열몇살의 동심으로
돌아가니까 우리는 여전히 경주 계림학교의 학생들이거든. ㅋㅋ
돌아오는 길에는 부부네가 추어탕으로 저녁을 샀다.
그게 미안한지 화자는 무화가 두 박스를 사서 내게 한 박스
부부네에게 한 박스를 준다.
즐겁고 기분 좋은 소풍 날, 오늘만큼은 우리는 노인이 아닌
치마 밑단에 흰 줄을 박은 계림학교의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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