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추운 날씨는 아니다.
그러나 울긋불긋 곱던 단풍은 거의 다 떨어지고 거리에는 낙엽조차 없다.
이미 낙엽도 다 치워지고 어쩌다 남은 한, 두그루의 나무에서 고운
단풍들을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이 풍경도 며칠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나이 들어가니까 세월이 스타카토로 탁탁 튀어서 달아나는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가 아프다는 소리 뿐이다. 밥 먹고 나면
부스럭 부스럭 약 봉지들을 꺼내고.
그래서 하는 말 들이
” 내가 하도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니까 의사가 안 아픈곳 부터 말하라” 고
하드라에서 부터 별별 이야기들을 다 한다.
그래도 아직은 요양원에 갔다거나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는
않는다.
젊은 날 우리는 만나면 서로 돈을 내지 않을려고 눈치들을 봤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다.
밥을 먹건 차를 마시건 서로 자기가 낼려고 눈치싸움, 기싸움이다.
평생 아끼고 살았으니 마지막에나마 친구들에게 한 턱 내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어제는 은행에서 2019년도 달력을 받았다.
마침 성당에서도 달력이 오고.
새해 달력을 받는다는것은 이 해가 끝나간다는 의미다.
이 때쯤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닥아 올 해의 계획같은걸 세우던 시절도
있었다. 비록 실천을 다 못하긴 했지만 계획을 세울때는 마음도, 눈도
빛났었는데….. 지금은 주어지는대로 흘러가는대로 세월에 맡길뿐이다.
그러나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은 언제나 평화다.
서두를것도 얽매일것도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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