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고 아쉬워 하는 내게 어느분이 말했다.
아직도 6개월이나 남았다고, 그 남은 시간을 잘 보낼 생각을 하라고.
물론 맞는 말이다. 지나 간 날들을 아쉬워 하기 보다는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져보는게 백번 옳은 말이긴 하다.
그럼에도 스타카토로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 아쉽기만 한 것은
아무래도 나이탓일 아닐까 싶다.
벚꽃이 피었다 지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고, 목련도, 목단도, 장미도
다 져버리고 이제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다. 접시꽃도 이때쯤이면
피었을텐데 우리 아파트에 접시꽃은 없다.
양반집에만 심었다고 해서 양반꽃으로도 불리우는 능소화지만
독이 있어서 눈에 들어가면 치명적이라는 이유때문에 늘 멀리서만
보는 능소화.
능소화의 슬픈전설, 임금님의 눈에 들어 하룻밤 정을 쌓고 빈이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그 하룻밤 이후 임금에게서 잊혀진 여인이 되어버린 궁녀 소화,
그녀는 죽은 후에도 임금님이 잘 다니는 길 가에 묻혀 능소화로 환생하여
임금님을 다시 한번 보기를 소원했다지…..
집착과도 같은 집념의 사랑이 아름다운 사랑일까 하고 생각 해 본다.
2018년 7월 1일의 어스름 무렵
바깥에는 지금 줄기차게 비가 내리고 있다.
월드컵 8강전이 시작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빠지고 나니 재미가 없다.
아무리 국제경기, 이름있는 팀들의 경기라지만 우리나라가 없으니
보고 싶지가 않네.
내일은 삼성병원에 가는 날이다.
수술한 허리 CT 와 X레이를 찍는 날이다. 그리고 12일에 의사면담이 있는데
더 이상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놀고 있으면 아프지 않지만 일이라고
시작만 하면 아프다. 그래서 1주일에 한번씩 도우미를 불러 청소를 시킨다.
하루 4시간에 52,000 원이다. 딱 청소만 시킨다. 빨래도 안 시킨다.
솔직히 내가 청소할 때는 한시간 반 정도면 우리집 청소는 다 하는데
이 도우미는 4시간을 갖고도 쩔쩔맨다. 느릿 느릿 하니까 그러는거다.
그래도 나는 2년째 이 아주머니를 쓰고 있다. 바꿔봤자 다 비슷할 테니까.
이 도우미 아줌마는 시간을 잘 지킨다. 오는 시간도 정확하고 가는 시간도
정확하다. 스스로 하지는 않지만 내가 오늘은 이것 해 주세요 하면 깨끗하게
완벽하게 해 놓기는 한다. 그러나 절대로 일반적인 청소 외 찾아서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는 날 마다 청소 외 한가지씩을 해 달라고 주문을 한다.
오늘은 가스렌지를 닦아 달라든가, 욕실의 벽도 닦아 달라든가, 창 틀을 닦아
달라든가….. 그러면 또 열심히 해 준다.
배우 백일섭이 자주 하는 말 사는게 뭐 별건가요? 이 말이 나는 참 좋다.
그래서 나도 요즘 사고방식을 그렇게 맞춰놓고 산다.
흘러가는대로, 주어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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