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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모습

냉장고 청소

by 데레사^^ 2016. 2. 20.



주말이다.

백수에게도 주말은 더 한가하다.  운동도  안가고  공부도  안가고

만나자는 친구 전화도 없다.

 

아들은 일본 프로축구팀과 함께 전주로 내려갔다.  4박 5일의

출장이라고  자기방과 자기 욕실 잔뜩 어질러 놓은채 가 버렸다.

아들 욕실 청소 좀 해 놓고,  TV 여기 저기 돌려보다가  퍼뜩

어느 이웃님의 냉장고 청소얘기가 생각나서  나도  냉장고 청소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고백하건데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대청소가.

 

냉장고 속의것을  다 꺼내놓고  유통기한 부터  봤드니  글쎄

대부분이 유통기한이 지나 있다.

버리고  또 버리고…..

아들이 얻어 온 마른반찬들,  그리고 내가 얻어 온 마른반찬들과

함께  시들시들한  채소들도 있고….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그렇지만  과일만은  버릴것  한 개도 없이 깨끗하다.

 



냉장실만  청소 해놓고  냉동실까지 문을  다 열어놓고  사진을 찍어 본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냉장고를 부탁해 가 생각난다.

과연  우리집 냉장고를  그 프로에 내놓으면 어떤 스타일이 될까?

아마  기가 차서 웃음보따리들을  터뜨리겠지?

연예인도 아니고 바쁜 직장인도 아닌 백수할매가  살림을  이 따위로

사는냐고…

할 말이 없다.

 



남겨진건 우유, 요구르트, 계란, 마늘빻은것,  조기 손질 해 놓은것 뿐…

 



밑의 두 칸은 이렇게 텅텅 비었다.   위의 병이 생강차 만들어 둔거고

아래는 한살림에서 산 마늘장아찌와 고추장이다.

이렇게 텅텅 비었는데도  더 사다 넣고 싶은 생각은 커녕 속이 후련하다.

 



맨 밑 채소칸은  사과와  배,  그리고 배즙이  싱싱하게 들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찬들을 비우고  씻어 놓은  통들이다.   좀 깨끗한것만 씻어 놓은것이다.

병들은  다 버렸다.

소스 남은것, 포도주 남은것, 심지어 소주 남은것도 있었다.

술꾼도 아니면서 무슨 술병 하겠지만  술꾼이 아니다 보니 술병이 있는거다.

 



이 사진은  안 올릴까 하다가.  그래도 리얼해야지. ㅋㅋ

음식물 쓰레기들이다.

 

옛날  어머니들은 음식을 버리면 죄악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기 뱃속을 쓰레기통인양  남은 음식들을

집어넣어 가면서 살아 간다.  그런데 살고 보니 그게 아니더란 말이다.

뚱뚱해 지기도 하지만 배 탈도 자주 나고, 그래서 이제는 과감히

버려 버린다.

 

냉장고 청소,  아무리 해도 잘한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누군에겐가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우리 어머니가 살아서 돌아오신다면  나는 아마 맞아서 죽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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