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아프지 않고 살고, 죽을때 잠자듯이 가버리는게
누구나의 소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지금 창밖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다.
주말이라 별 외출계획도 없는데 기왕 내릴려면 수북히
쌓이도록 내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새 겨울이되면 갈 곳도, 갈 일도 별로 없어져 버린 나의 생활이
영락없는 뒷방노인네 신세다. 만약에 주민센터나 평생교육원으로
공부도 안 가고 스포츠센터로 운동도 안 간다면 거의 외출은
없을것 같은 요즘이다.
따뜻한 방 안에만 있다 보면 자꾸 이불속으로만 파고 들고
TV보기도 지치면 그냥 눈 감고 이 생각 저 생각만 끝도 없이 하고…..
아침 밥을 먹으며 아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 이 집 팔면 어때요?”
그래서 왜 하고 물었드니
“둘이 살기엔 크기도 하고 이 집 팔아서 누나네 아파트 단지로
이사가서 누나에게 한 달에 얼마씩 주고 누나네서 밥 먹어요” 다.
요즘 허리가 아파서 집 안 일을 버거워 하는 내게 밥 얻어먹기가
무척 미안한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장가 갈 생각은 절대로
안한다.
믿음직한 엄마, 의지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어느새
아들의 눈에 나는 불쌍한 엄마, 아픈 엄마, 밥 얻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엄마로
비치나 보다.
하기사 옛날 같으면 고래장을 시키고도 남고 남았을 나이이니 그렇게
보이는건 당연지사겠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켠 싸아 하면서
아파왔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지만 그래도 밥 얻어 먹기에 미안한
엄마가 되어 버렸으니 ….
물리치료를 갈려고 나섰드니 눈발이 날린다.
그래서 도로 들어 와 버렸다. 미끄러지면 더 큰일이니까 하면서.
이런 겁쟁이가 되어 버린 나를 보고 아들이 그렇게 말하는건 맞는 말이긴 하다.
돌이킬 수 없는게 세월이라지만 정말 늙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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