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진언종이 시작된 사찰인 슈젠지는 807년에 고보(弘法)대사가 창건
하였다고 하며 1402년 화재로 전소되어 1496년에 다시 지은 절이라고 한다.
단풍과 국화의 축제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국화축제는
끝이 나 버렸고 단풍축제는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단풍축제를 할 때만 경내 자생 단풍나무 숲이 있는 곳을 무료로 개방하는
모양인데 며칠 빨라서 볼 수가 없었다.
무슨일이든 때를 딱 맞추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축제기간은 지났다지만 아직도 국화는 그대로 놓여 있어 절 들어가는
입구가 아주 찬란하다.
절 앞을 흐르는 가츠라강 다리위에도 국화 화분이 그대로 놓여있다.
이 슈젠지는 슈젠지온천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다.
경내에 효심이라고 쓰인 돌이 있어서 찍어봤는데 무슨뜻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숲속에 슈젠지의 지붕이 보인다. 일본의 절은 무채색인게 우리와
다른점이다. 우리 절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단청을 여기서는 볼수가 없다.
종도 우리와 다르고....
턱받이를 한 부처님들, 모자도 썼네...
달마상인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슈젠지의 경내에는 온천물이 솟는다. 이 물은 약수가 아니고 온천물이다.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먹지는 않고 뜨거운 물에 손만 씻었다.
사람들이 온천수옆에 많이 모여있다. 마시는지 손을 씻는지....
이미 우리 동네에서는 사라져 버린 우체통을 여기에서 보다니...
전각 안을 들여다 봤드니 이런 모습이다. 무슨 강당같이 보이기도 하고...
우리 절의 지붕과는 생김새도 다르다. 그러나 일본 절의 지붕도
정교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절을 지었다는 고보대사의 탑
절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다 만난 한쌍의 남여,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같기도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신혼부부 같긴 한데....물어 볼 수도 없고.
이 슈젠지 절에는 비극의 역사가 있다.
가마쿠라 막부의 2대 쇼군인 미나모토 요리이에가 정적들에게 쫓겨
이 절에 유폐되었다가 1204,7,18 입욕중에 외할아버지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미나모토 요리이에는 아버지가 죽고 18 세때 부친의 뒤를 이어 쇼군이 되어
가마쿠라 막부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끊임없는 정적들의
치졸한 싸움에 패하여 이곳으로 유폐되어 재위 6년만인 23살에 외할아버지
호조 도키마사에게 몸 여기저기가 잘려서 살해되었으니 권력이란 참으로
무섭고도 끔찍한것이다.
위의 사진은 슈젠지온천마을에 있는 요리이에의 신하 13명의 묘지이다.
이 사진은 미나모토 요리이에의 묘
미나모토 요리이에의 모친이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건립한 사당
사당안의 이 석가여래상은 일본문화재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조각의 나무를 모아서 만든것이라고 하며 높이
203 센티미터로 석가상은 보통 맨손인데 오른손에 연꽃을 들고 있는것이
특징이다.
단풍축제와 국화축제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슈젠지에 이런
비극의 역사가 있다니....권력의 야비함과 잔인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러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듯이 슈젠지는 말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