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熊本)시에 있는 스이젠지죠주엔(水前寺成趣園) 은 동해도 오십삼차(東海道
五十三차) 를 본따서 만들었으며 도연명의 시에서 그 이름을 명명했다고 하는
아름다운 인공정원 이다.
이 동해도 오십삼차라는 말은 옛 일본 동해에 붙어 있는 지역을 가르키는 말로
일본의 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에 의해서 그려진 동해도의 53가지 풍경을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아소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맑은 지하수를 샘솟게 하고 있으며 공원을 한바퀴
돌아 보는 길에는 흡사 우리의 왕릉과 비슷한 봉분같은것들이 우뚝 우뚝 솟아
있어 어디 한 곳 시선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다.

1636년 호소카와가(細川家)의 3대 번주인 타다토시(忠利) 공이 다실과
라칸지(羅漢寺)의 주지였던 겐타쿠(玄宅) 스님을 위해 절을 건립하고
스이젠지라고 불르기 시작했다고 하며 이 아름다운 모모야마(桃山) 양식의
정원은 4대 5대 번주에 의해 약 80년에 걸쳐서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옛날 일본 동해도의 53가지 풍경을 따서 만들었다고 하는 설명처럼
봉분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후지산의 모양도 있다고 하는데 어느게
어느것인지는 나그네의 눈으로 분간이 안된다.

날씨도 맑았고, 풍경도 너무 깨끗하고 아름답다.


이곳은 스이젠지공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다실이다. 지붕이 특이한
이 건물은 고금전수간(古今傳授間)이라고 초대번주 호소가와 후지타카 공이
토모히토 친왕에게 고전시집의 비술을 전수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실로 운영되고 있다.


다실과 방이다. 이곳에서 스이젠지 공원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라고
하지만 차를 마시지는 않았다. 다실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차값이 마시는 장소에 따라 다르다. 위의 방에서 마시면 600 엔이고
밑의 사진에서 보는 야외의자에 앉아서 마시면 500엔이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500엔의 차를 마시고 있나보다.


정원을 돌아 나오는데 일본 기모노를 입은 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갔드니 전통행사인 시치고산(七五三) 을 치루는 아이들이었다.
시치고산은 11월 15일을 전후해서 어린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풍습으로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기모노를 입고 가까운 신사에 가서 의식을 거행하는
것으로 여자아이는 세살과 일곱살 때 두번, 남자아이는 다섯살때 한번
치룬다.

이 여자아이는 아마 세살이겠지....


스이젠지 정원 안에 있는 이즈미신사에서 시치고산 행사를 집행한다는
입간판이다.


멀리로 신사가 보이고 그 신사쪽을 향해 가는 기모노 입은 아이들이 보인다.

물이 맑으니 고기도 많고 오리도 많다.



이렇게 큰 고기는 처음 본다.

이즈미(出水) 신사

이 물은 한번도 마른적이 없다고 하며 왼손 오른손을 차례로 깨끗이
씻고 마시면 500년 동안 장수한다고 한다.

모두들 물 마시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비집고 들어 가 나도 한바가지 마셨다.

신사에 시치고산 행사를 위한 기모노 입은 아이가 보인다.

이 신사는 1878 년에 건립되었으며 호소가와가의 역대 번주를 모시고 보은의
정성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


신사 안이 궁금해서 들여다 봤드니 우리 절의 법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신사를 나와 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반대쪽에서 바라 본 다실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부적을 붙이는걸 좋아해서 신사나 유명한 곳엘 가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동상은 호소가와가의 초대번주와 이곳을 건립한 3대 번주의 동상이다.
큐슈의 구마모토에 와서 처음으로 들린 곳이 이곳 스이젠지죠주엔이다.
일본냄새가 팍팍 나는 정원, 인공의 냄새도 팍팍 난다.
그러나 지난 여름에 갔던 우리의 세연정에 비해서 관리가 너무 잘되고 있는게
조금 부러웠다. 어디를 둘러봐도 종이 한장 떨어져 있지 않고 사람들은 조용하다.
도연명의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모모야마 양식의 이 정원에서 한참을 머물다
구마모토 성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