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0일에 초등학교 동기모임을 경주의 유명한 전통음식점
석하에서 한다는 연락이 왔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체모임이라고 꼭 참석하라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오는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중교통을 못 타니까 아들의 일정도 봐야 하고 그때의 내 건강상태도
살펴야 하니까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가 어렵지만 마음만은 꼭
가서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오고 싶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 옴)
경주의 계림초등학교 45회 졸업생인 우리들은 70대 중반 까지는 매 년
경주에서 총 동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다가 나이 들고 코로나로 모든 만남이
중단되면서 부터 우리들의 동기모임도 전국적인 모임은 없어지고 말았다.
자동차 부품 공장을 경영하는 남자 동창이 우리들의 칠순 때 1,000만 원을
들여 경주 힐튼호텔에서 합동 잔치를 열어 주었는데 이 친구가 팔순 때도
부산의 일식집을 통째 빌려서 잔치를 열어주더니 이제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고향 경주에서 잔치를 열어 주겠다고 한다.
이 친구는 위암에 치매초기다.
몸과 마음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도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사면서
모임을 열어 주겠다는데 마음은 가고 싶어 안달인데 여건이 따라 줄지는
알 수 없다.
전쟁 중의 초등학교 졸업인 우리는 한 반에 6.70명이나 되는 데다 5반까지
있었으니 동기가 300명이 넘는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모이기 시작한 60대의
초반에는 200여 명이 모였는데 점점 줄어들더니 이번 신청자는 4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고 해외에 거주하는 친구들도 있고, 살아있지만 나처럼
몸이 불편해서 못 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올 수 있는 친구가 얼마
되지를 않는다고 한다.
교가 속에 계림에 날이 밝아 어여쁜 산과 들, 화랑이 거닐던 옛 터전 위에
불국사 종소리에 가슴 울리며 자유와 희망 속에 나아가던 우리는 이제는 없다.
늙어버린 몸으로 마음만 단발머리, 까까머리의 소녀, 소년이다.
정말 가고 싶다.
아들의 스캐쥴이 비고 내 몸이 버텨 주기만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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